
시작은 한 통의 전화였다
귀촌 일기 – 노년의 반란, 도시를 떠난 나의 두 번째 인생
[강창모 기자의 귀촌 이야기]
서울은 나를 밀어냈고, 시골은 나를 조용히 받아줬다. 그게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였다.
퇴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있는 시간이 갑자기 많아졌다. 거실도, TV도, 냉장고도 전처럼 반갑지 않았다.
아내와 마주 보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자주 끼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시절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형, 그냥 한번 와봐. 성주는… 공기부터 달라.”
결심과 이사, 그리고 새벽의 감나무
전화 한 통으로 삶이 바뀐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 나는 달랐다.
아내와 나는 고민 끝에 광명의 아파트를 정리했고, 경북 성주의 외딴 동네로 이사했다.
아무도 우리가 여기까지 내려올 줄은 몰랐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
“왜?” “무슨 생각으로?” 주변의 말들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그 물음에 나는 단지 이렇게만 말했다. “그냥… 살아보고 싶었어. 다르게.”
첫날 아침, 창밖에서 수탉 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안개 낀 밭 너머로 해가 오르고 있었고, 아내는 묵은지에 밥을 올려 내 앞에 놓아줬다.
마당 한쪽, 돌담 옆에 조그만 감나무가 있었고, 그 위에 까치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나는 그걸 멍하니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아, 이게… 사는 거구나.
마을에 스며들기까지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금요일마다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된장 모임이 고마웠다. 말없이 앉아만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82세 김말순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서울 분인데도 말이 참 곱네요. 여긴 잘 왔어요.”
그 말에 왜 그렇게 울컥했는지 모른다. 그제야 나도 여기에 조금 발을 디딘 것 같았다.
도시와는 다른 삶의 흐름
시골은 ‘해야 할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많다. 고추는 비 온 다음날쯤 웃자라고, 비탈길은 걷다 보면 익숙해진다.
도시에선 늘 계획표가 있었지만 여기선 하루가 알아서 흘러간다.
시계는 벽에 있지만, 몸은 계절을 따라간다.

사람들은 가끔 묻습니다. “그곳에서 지루하지 않으세요?”
저는 조용히 웃으며 말합니다. “이젠 마음이 지루하지 않아요.”
계절의 소리, 느린 시간, 익숙해진 얼굴들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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