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참 어색했습니다”
[강창모 기자의 귀촌 이야기]
도시에선 절대 몰랐던 것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인사말조차 조심스러웠고,
누군가 다가오면 어색하게 웃기 바빴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낯설었고,
마을회관 평상 위에서 흘러나오던 웃음소리는
어쩐지 내 자리는 아닌 것 같아 멀리서 바라보곤 했습니다.
서울에서는 항상 뭔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멈추면 안 되는 곳이었고,
쉬면 뒤처지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선,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많았고,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서툰 적응도 결국 익숙해진다
그게 처음엔 불안했습니다.
빈 시간이 낯설고,
할 말이 없을 때면 괜히 핸드폰을 꺼내 들게 되더군요.
하루는 마을 어르신이 그러셨죠.
“처음엔 다 그래요. 오래 있다 보면 이장이 되는 거라니까.”
그 말에 헛웃음이 났지만,
마음 한편이 조금은 풀렸습니다.
이곳에서 뭔가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어쩌면 처음 느껴본 안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젠 누군가 밥을 나누면 반찬으로 답하고,
감자를 건네면 된장찌개 한 그릇이 돌아오는 식입니다.
그 모든 것이 말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더군요.

어느새 나도 ‘이곳 사람’이 되어간다
텃밭 한 귀퉁이에 심어둔 고추에서 첫 열매가 맺히던 날,
아내가 손뼉을 치며 말했습니다.
“이거 당신이 심은 거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코끝이 찡했습니다.
사실, 내가 그걸 심었다는 걸
정확히 기억하고 있진 않았거든요.
요즘은 바람이 계절을 알려줍니다.
닭이 우는 소리에 따라 하루가 시작되고,
산 그림자가 마당을 덮을 무렵엔 저녁 준비를 시작합니다.
전화벨보다는 마을 스피커 소리가 더 자연스럽고,
뉴스보다 흙냄새가 먼저 계절을 알려줍니다.
이 고요함이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하루하루가 조용히 흐릅니다.
어디 크게 기쁜 일도,
화날 일도 없지만
이런 흐름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가끔 창밖으로 산을 봅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그게 요즘 저에게는,
가장 큰 위로입니다.
귀촌은 어쩌면, 잊고 지낸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입니다.
속도를 줄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그 조용한 기쁨을 가슴에 품고 살아봅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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