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왔나… 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습니다”
[강창모 기자의 귀촌 이야기]
귀촌의 첫 벽 앞에서

그날은 하루 종일 우울했다.
밥도 조용히 먹었고, 텃밭도 말없이 다녀왔다.
저녁 무렵, 아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이창수 씨는 대답 대신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어렵게 말을 꺼냈다.
“여기 와서… 잘 모르겠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목이 잠겨 말을 멈췄고, 아내도 더 묻지 않았다.
적응이라는 이름의 어색함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모든 게 신선했다.
마을 사람들 인사에 어색하게 고개 숙이며 웃었고,
텃밭 흙을 뒤적이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게 너무 조용하게 느껴졌다.
누구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다음엔 좀 더 일찍 와요” 하고 웃었고,
누구는 내가 한 말을 “서울 사람답다”며 흘려 넘겼다.
아무도 악의는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마음 어딘가가 서서히 조용히 닫혀갔다.
다시 다가서는 마음
그날 밤, 아내가 말했다.
“당신이 너무 조심하려 해서 더 힘들었는지도 몰라.
여긴, 그냥 있는 그대로 있어도 되는 데야.”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다음 날, 아침에 혼자 마을회관 쪽으로 걸어갔다.
누가 부른 것도 아닌데, 그냥 발길이 그리로 향했다.
마침 고무대야 옆에서 무를 씻던 이장님이 나를 보고 말했다.
“처음엔 다 그런 거예요. 그냥 좀 오래 있어보면 돼요.”
그 말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뭔가를 해결해준 것도 아니고, 특별한 위로도 아니었지만
‘그냥 있어도 된다’는 말이 그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다.

말을 건네는 용기
그날 오후, 마을회관 평상에 앉아 있다가
한 아주머니께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 날씨 좋네요.”
그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
“날씨도 좋고, 오늘은 낯도 좋고.”
나를 보고 한 말 같았다.
귀촌이란 건, 결국
먼저 다가가야 알게 되는 감정들이 있다.
도시에서는 필요하지 않았던 마음의 움직임.
내가 먼저 불편함을 내려놓지 않으면,
이곳도 나를 편히 들이지 않는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기자는 이창수 씨가 처음 마음을 열었던 그날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다만 조금 서운했던 마음을 안고도
그 자리에서 다시 말을 건네는 용기.
귀촌은, 그 용기를 배우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의 따뜻한 한 문장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지만, 그 선택 안에서 다시 마음을 여는 건 언제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는 걸, 우리는 이창수 씨의 하루를 통해 다시 배우게 됩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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