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침 바람으로 계절을 알아챕니다
[강창모 기자의 귀촌 이야기]
💠 계절의 숨결을 알아채는 법
요즘 이창수 씨는 시계를 잘 보지 않는다.
창문을 스치는 바람결만으로도,
아침이구나, 해가 많이 길어졌구나,
계절의 숨결이 느껴진다.
하동에 내려온 지 벌써 계절 하나가 훌쩍 지났다.
봄에 심은 상추는 두 번이나 밥상을 채웠고,
처음엔 멀게만 느껴졌던 마을회관 자리도
이젠 누가 빠지면 걱정부터 앞선다.

💠 마을 사람 되어가는 길
한참을 지켜보던 어르신이 이창수 씨에게 말했다.
“자네, 이 마을 사람 다 됐지 뭐.”
순간 마음 한켠이 스르르 풀렸다.
아내는 곁에서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우리, 여기서 잘 살고 있는 거 맞지?”
서울에 살던 시절,
일이 없으면 불안했고,
쉬는 날이면 어딘가 허전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풀을 뽑다 말고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도
충분히 의미가 된다.
이웃 아주머니가 가져다준 호박잎을 쪄먹으며,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귀촌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 천천히 살아도 괜찮은 날들
장날이면 아내는 손수 장바구니를 들고 읍내로 나가고,
이창수 씨는 마당에서 물을 뿌린다.
고추대를 묶다가 잠시 나무 그늘에 앉으면,
바람에 실려 오는 흙냄새가 그날의 기분을 정리해준다.
해질 무렵이면 이웃과 막걸리 한 잔,
이야기는 대단하지 않지만
그 한 모금 속에 웃음과 쉼이 담긴다.
예전에는 어디든 뭔가를 증명해야 했다면,
이곳에서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게 어쩌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 반복이 쌓여 뿌리가 되는 삶
기자는 이 부부의 일상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이 한 자리에 뿌리 내리는 건,
큰 결심이 아니라 조용한 반복의 힘이라는 걸.
그들이 도시를 떠나 얻은 건
자연의 시간 속에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리듬이었다.
이창수 씨 부부가 정착한 이 마을은,
누군가에겐 낯선 시골이지만,
누군가에겐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진짜 집이었다.
도시는 속도를 주지만, 시골은 여백을 준다.
그 여백 속에서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적어두었다.
“귀촌이란 어쩌면, 삶의 중심을 밖이 아닌 안으로 옮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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