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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이야기

(귀촌 이야기)우리 할머니는 흙냄새가 난다 – 손자의 눈으로 본 귀촌 이야기

제목: 우리 할머니는 흙냄새가 난다 – 손자의 눈으로 본 귀촌 이야기

글: 강창모 기자

할머니 집 가는 길은 마음의 쉼터

“할머니 집 가는 거, 난 진짜 좋아요.”

금요일 오후, 유치원 가방을 메고 뛰어나오면 엄마는 늘 말한다. "우리 민준이, 또 할머니 집 간다~"

사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그건 마치 작은 여행 같기도 하고, 마음이 푹 놓이는 피난처 같기도 하니까.

자연과 사람의 냄새가 살아 있는 곳

할머니네 집은 경상북도 하동.

이름은 좀 어렵지만, 거기 가면 신기한 게 많다. 흙 마당, 꼬질꼬질한 개 누렁이, 시큼한 된장 냄새, 그리고 감나무.

서울에서는 하나도 못 본 것들이라서 더 좋다.

“아이구 우리 손주 왔네! 밥은 묵었나~”

할머니 목소리는 동네 산을 굴러온 바람 같다. 크고 따뜻하다.

말없이 전해지는 사랑

할아버지는 말이 없지만 감나무 그늘 밑에서 책을 읽어준다. 그 조용한 시간이 이상하게 좋아졌다.

지난주는 특히 기억난다. 감자전을 먹다가 내가 물을 뿜었는데 할머니도 따라 웃다가 같이 뿜으셨다.

할아버지는 웃지 않았지만, 사진은 찍어주셨다. 그 사진, 지금도 할머니 핸드폰 배경화면이다.

흙냄새 나는 손, 별빛 아래에서 느낀 것

할머니 손은 거칠다. 흙을 많이 만져서 그런가 보다. 근데 안 아프고 따뜻하다. 엄마 손이랑은 또 다르다.

저녁이면 평상에 누워 별을 본다. 누렁이는 내 배 위에 머리를 올리고 잔다.

할머니는 안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하루는 같이 잤다. 그날 누렁이 코 고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아이들은 놀이공원 이야기를 자랑처럼 하지만 난 그게 부럽지 않다.

내겐 흙냄새 나는 할머니가 있고, 말없이 책 읽어주는 할아버지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집에 있으면, 진짜 사랑받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정말로.

– 손자 민준이의 여름 일기 중에서


기자의 말

이 이야기는 한 아이의 눈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따뜻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해줍니다. 귀촌은 단순히 시골에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피어나는 소중한 관계의 재발견이기도 합니다.

조용한 마당, 감나무 그늘, 흙냄새 나는 손길. 그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사랑의 모양입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