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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이야기

(귀촌 이야기) 꽃보다 늦은 청춘 – 나무꾼 정씨의 귀촌 2막

꽃보다 늦은 청춘 – 나무꾼 정씨의 귀촌 2막

글: 강창모 기자

도시에서 산골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다

“요즘은 나무랑 대화하면서 살아요.”

경기도 가평의 한 자락, 깊은 숲 근처에 정규만(66세) 씨의 작은 집이 있다.

한때 공무원으로 수십 년을 서울에서 살아온 그가 은퇴 뒤 택한 삶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고 사람 냄새 나는 곳이었다.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그저 피난처처럼 귀촌을 생각했다.

병원 침대에서 아내 손을 붙잡고 문득 말했단다.
“여보, 우리 이제 진짜 살아보자.”

귀촌의 하루하루, 새로운 삶에 익숙해지다

집을 고치고, 장작을 쌓고, 말없이 산에 올라 나무를 품에 안는다.
처음엔 도끼질도 엉망이었다지만, 이제는 나무결만 봐도 습기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손끝이 달라졌다.

“도시는 너무 빠르잖아요. 여기선 하루가 길고, 마음도 느리게 흘러요.”

정 씨는 새벽마다 산길을 걷고, 한낮엔 통나무 벤치에서 이웃들과 막걸리 한 잔.
저녁이면 곤드레밥 냄새가 부엌에서 퍼진다. 작은 기쁨들이, 그의 하루를 채운다.

귀촌이 모두에게 낭만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문득 그리운 도시 불빛, 터지지 않는 인터넷에 짜증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보며, 그는 웃었다고 했다.

“이 모든 게 다 괜찮아졌어요. 그냥, 다.”

자연은 말이 없다, 대신 마음을 읽어준다

그는 어느새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법을 배웠다. 비 내리는 날, 풀잎에 맺힌 물방울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그마저도 정규만 씨에겐 소중하다.

“산은 나를 기다리지 않아요. 내가 천천히 가도, 늘 그 자리에 있어요.”
그는 그렇게 자연을 ‘친구’라 부르기 시작했다.

삶의 속도는 줄였지만, 온도는 더 따뜻해졌다

“나무를 베어도 다시 자라듯이… 나도 다시 자라고 있는 중이죠.”

정규만 씨는 그렇게 조용히 웃었다.
그 미소 속에는 하루하루를 다시 살아내는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삶은 어느 순간부터 ‘더 빠르게’보다 ‘더 깊게’가 중요해지는 시점이 있다.
정 씨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기자의 말

누구에게나 삶을 다시 그릴 기회는 있다. 늦었다고 생각한 그때가, 누군가에겐 가장 아름다운 봄일지도 모른다.

정규만 씨의 삶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피어나고 있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