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울림, 마을 풍물소리 – 김희남 씨의 두 번째 배움
글: 강창모 기자
🌾 귀촌 이후, 예상 못 한 고요함의 무게
“젊을 땐 일하느라 몰랐어요. 이렇게 가슴 울리는 소리가 있는 줄은 몰랐죠.”
경북 봉화.
산자락 아래 고즈넉한 마을회관.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고요하던 마을에 풍물가락이 퍼진다.
그 속에서 꽹과리를 들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장단을 맞추는 이가 있다.
67세 김희남 씨. 귀촌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퇴직 후 시골에 내려올 땐 오직 '조용한 삶'을 바랐다.
서울의 소음과 분주함, 그리고 자신 안의 생각 소리까지 내려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조용해지니, 고요함은 외로움이 되어 돌아왔다.
🥁 풍물가락이 다시 일으킨 가슴 떨림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장터에서 우연히 본 풍물놀이.
북과 장구, 꽹과리, 징이 어우러지는 소리에 심장이 움찔했다.
어릴 적 어디선가 들었던,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마을회관에서 꽹과리를 연주하며 풍물 소리를 내는 김희남 씨와 어르신들 모습
“저 안에 들어가고 싶다.”
🎶 장단을 배우는 일, 사람을 만나는 일
그때부터 김 씨는 매주 수요일, 마을회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장구채를 처음 쥐는 손은 서툴렀다.
장단은 자꾸 엇박이 나고, 손끝은 어색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연습을 빠지지 않았다.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그는 항상 맨 앞자리에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처음엔 별말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함께 술 한 잔 기울이자며 자리를 권했다.
그가 진심이라는 걸, 악기보다 먼저 알아본 것이다.
요즘은 동네 잔치가 열리면 김 씨가 가장 먼저 손을 든다.
“내가 선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있어야 이 소리가 완성된다”는 자부심에서다.
📸 웃음이 부드러워진 이유
아내는 그런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리고는 말한다.
“여보 웃는 게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어.”
그는 말수가 적어졌지만,
그가 두드리는 꽹과리 소리는 더욱 깊어졌다.
김희남 씨가 마을 풍물패 어르신들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
“사람이 나이 들어 배운 장단은
젊을 때와 달라요.
더 천천히, 더 깊이, 가슴으로 울리거든요.”
마을 풍물은 악기를 두드리는 일이 아니다.
삶의 박자에 귀를 기울이고,
남과 어깨를 맞추고,
함께 리듬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기자는 생각했다.
나이 든다는 건,
쉼표를 찍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박을 하나 더 그려넣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사람은 나이를 먹으며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울릴 수 있는 감각을 얻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김희남 씨의 풍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닌, 마을과 사람, 그리고 자신을 이어주는 따뜻한 고리였습니다.
그가 두드리는 꽹과리 소리엔 삶의 리듬이, 그의 미소엔 두 번째 청춘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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