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귀촌 이야기 13편 – “텃밭이 나를 다시 살게 했어요”
글: 강창모 기자
도시를 떠난 그 남자, 적막에 잠기다
“아유, 처음엔 진짜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아무것도 할 게 없고,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안 하니까… 사람이 무너지더라고요.”

전남 구례. 초록이 번진 시골마을에 낮게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는 남자가 있다. 최상배 씨, 올해 일흔. 서울서 평생 미용실을 하다가 지금은 귀촌 2년 차다.
“서울에선 사람들 머리 손질하면서 얘기도 많이 나눴죠. 그게 일이면서도 즐거움이었는데… 가게 접고 나니까 허전함이 확 밀려오대요.”
심심함 끝에서 만난 초록 생명
큰딸이 구례에 조그만 집을 마련해줬다. 처음엔 공기 좋다며 기지개도 켜고 산책도 하고 그랬지만, 며칠 지나니 똑같은 하루가 반복됐다.
“심심하니까 TV도 보고, 라디오도 틀어봤는데 그게 사람이랑 하는 말이 아니잖아요.”
그러다 우연히 마당 한켠 자투리땅에 고구마 줄기 몇 개를 심었다. 물이나 줘야지 싶어 바라보던 중, 작은 초록 싹이 눈에 들어왔다.
“어, 살아있네… 싶더라고요. 그거 보는데 내가 덩달아 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이야, 그날 참 신기했어요.”
텃밭이라는 작은 우주
그때부터 아침마다 텃밭에 나간다. 잡초도 뽑고, 물도 주고, 상추 몇 장, 고추 몇 알 따면서 하루를 채운다.

“이제는 마을 이장님이랑 논두렁도 걷고, 할머니들한테 반찬도 얻어먹어요. ‘좀 더 있다 또 올게요~’ 하고 웃고요.”
조용한 삶에서 찾은 확신
그는 말한다.
“대단한 건 하나도 없어요. 그냥 오늘 뭐 하나라도 내가 했다고 느끼면 그날은 잘 산 거죠, 뭐.”
그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쁘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이런 느긋한 땅을 밟는다는 건, 세상과 멀어지려는 게 아니라 내 마음 가까이로 다가가는 일이 아닐까.
“내가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땅이 있다는 거, 그게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아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리듬이 있습니다. 도시의 빠른 박자에 맞춰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시골의 조용한 바람에 흔들리며 천천히 제 호흡을 찾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최상배 씨의 텃밭이 우리에게 속삭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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