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귀촌 이야기 15편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살고 싶었어요” – 이지연 씨의 혼자 귀촌기
글: 강창모 기자
🌲 낯설고 조용한 시작

“처음엔요, 조용하다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 몰랐어요.”
강원도 평창. 산 너머 마을, 집 몇 채 듬성듬성 모여 있는 곳에 이지연 씨(63)가 혼자 살아간다.
서울에서 평생 교사로 일했다.
아이 둘을 키웠고, 남편과는 몇 해 전 조용히 이별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자신의 이름조차 낯설게 느껴졌다고 했다.
“늘 누구 엄마, 누구 아내로 불렸어요.
내 이름, 이지연이라는 말… 잊고 산 지 오래였죠.”
🚪 낯선 곳에서 건네받은 따뜻함
평창에 살던 지인의 권유로 짐 몇 개 챙겨 내려왔다.
“내가 여기에 어울릴까 싶었죠.
장작 패는 법도 모르고, 이웃하고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첫 달은 쉽지 않았다. 밤이면 낯선 적막이 무서웠고, 낮이면 스스로가 어리석어 보였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쳤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할머니가 고춧잎 한 줌을 건넸다.
“데쳐서 된장에 찍어 먹어요. 맛있어요.”
짧은 말이었지만, 묘하게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며칠 뒤엔 이장님이 무너진 텃밭 두둑을 말없이 다시 쌓아줬고,
김장철엔 말 한마디 없이 김치통 하나씩이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이곳의 정은 말보다 손이 먼저였다.
🍚 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시간

“말은 적지만, 이곳 사람들은 마음이 먼저 다가와요. 그게… 참 좋아요.”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다. 오히려 도시보다 더 사람 냄새가 난다.
아침이면 텃밭을 돌고,
낮엔 마을회관에서 할머니들과 된장찌개 얘기를 나누고,
저녁이면 마루에 앉아 해지는 산을 바라본다.
“서울에 있을 땐 하루가 휙 지나갔어요.
여기선 하루가 길어요.
근데… 그 길이가 좋아요.”
시간이 느리게 흐르지만, 그 안엔 자신의 리듬이 담겨 있다.
🪶 이름을 되찾는 삶
기자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귀촌이란 건 단지 도시를 떠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익숙한 이름 대신 오래 묻어뒀던 ‘나’라는 이름을 다시 꺼내 조용히, 천천히 살아보는 것.
“이제야 알겠어요.
내가 원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냥 나로 살아가는 하루였어요.”
그녀는 지금,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그저 ‘이지연’으로 살아가고 있다.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겁이 났던 시간은 이제 고요하고 따뜻한 일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평화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을 위한 삶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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