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이야기 17편
“텃밭 하나로 시작된 동네 사랑방” – 김옥순 할머니의 마당 이야기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글: 강창모 기자
텃밭에서 시작된 새로운 하루

“마당만 있으면 외로울 틈이 없어요. 심심한 게 아니라, 하루가 짧다니까요.” 전남 곡성. 산 너머로 해가 늦게 뜨고 이슬이 진득하게 내리는 작은 마을에 김옥순 할머니(76)가 산다.
집 앞 마당엔 계절마다 다른 작물들이 피고 진다. 봄에는 상추, 여름엔 고추, 가을엔 호박. 손에 흙이 묻는 게 더없이 반가운 이곳에서 김 할머니는 또 하루를 살아낸다.
서울에서 혼자 지낸 시간은 길고, 고요하고, 쓸쓸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니 말 없는 하루가 당연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누구와 눈 한 번 마주치지 못했던 도시의 삶은 결국 그녀의 마음을 지치게 했다.
흙이 주는 위로
그래서 짐을 싸고 내려왔다. 고향과 가까운 곡성. 누구는 “할 게 없지 않냐”고 했지만 김 할머니는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진짜 필요했던 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텃밭이 그 시작이었다. 시장에서 모종 한 줌 사 와 맨손으로 흙을 고르고 씨를 심었다. 여린 상추 한 뿌리가 뿜어내는 푸름을 보며 조금씩 웃음도 자랐다.
“흙 묻은 손으로 밥을 지으면 괜히 마음도 더 뜨끈해지는 것 같아요.”
마당이 이웃을 불러 모으다
텃밭이 무성해지자 이웃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췄다. “고추 잘됐네” “호박잎 좀 따도 될까요?” 그저 지나던 인사 한마디가 마당에 머물렀고, 그 마당은 이웃들의 발걸음을 부르는 사랑방이 되었다.
지금은 평상도 놓았다. 옥수수 삶아 쟁반에 담아 내놓으면 할머니 셋, 아저씨 하나가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가 흐른다.
기자는 그 평상 끝에 앉아 김옥순 할머니가 건넨 옥수수를 받아 들었다. 갓 삶은 옥수수처럼 따뜻했던 건, 그 손끝에 담긴 마음이었다.
귀촌의 의미, 혼자이되 혼자가 아닌 삶

귀촌이라는 건, 결국 혼자이되 혼자가 아닌 삶으로 가는 길이었다. 꽃 대신 상추가 피어도 좋고, 정적 대신 웃음이 흐르면 더 좋다. 김옥순 할머니의 마당은 그 모든 걸 품고 있는 작은 우주였다.
“금방 딴 걸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게 사람 사는 맛이지요. 그게 제 귀촌이에요.”
그녀의 마당은 텃밭을 넘어, 사람과 마음이 이어지는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따뜻한 마무리
김옥순 할머니의 이야기는 단순한 귀촌기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다시 만나는 길에 관한 기록이었습니다. 도시의 고독에서 벗어나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며, 웃음을 함께 나누는 삶. 그 속에서 진짜 행복은 화려한 것에 있지 않고,
소박하지만 함께 나눌 수 있는 일상의 순간에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오늘도 곡성의 작은 마당에서 피어난 이웃의 웃음소리가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잔잔히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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