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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이야기

귀촌 이야기 18편 - “시계 대신 해를 보고 살아요” – 장필자 할머니의 느린 시간표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귀촌 이야기 18편

“시계 대신 해를 보고 살아요” – 장필자 할머니의 느린 시간표

글: 강창모 기자

“해가 머리 위로 올라오면 밥 짓고,
해가 기울면 불 끄고 눕는 거지.
그게 다예요. 딱히 더 필요도 없고요.”

경북 봉화 산자락,
작은 마을 골목 끝,
장필자 할머니(76)의 집은
오래된 기왓장 아래 조용히 햇살을 품고 있다.

시계? 있어요.
하지만 어디 뒀는지 잘 몰라요.
휴대폰도 잘 안 울리고,
TV는 먼지만 쌓였죠.
그런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네요.

서울에서의 분주한 세월

서울에서 장사하며 30년을 살았다.
시장에서 물건을 팔며 한눈팔 틈도 없이 바쁘게,
어깨를 움츠리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분주하게 살다 어느 날 남편이 먼저 떠났다.
문득 모든 게 멈춘 듯했단다.

그때 깨달았다.
“이제 나라도 나한테 좀 천천히 대해줘야겠다.”

짐 몇 개 싸들고 무작정 내려온 봉화.
그게 벌써 12년 전 일이다.
처음엔 낯설고 두렵기도 했지만,
산새 소리와 맑은 공기가 마음을 달래주었다.

해와 함께 흘러가는 하루

지금은 그냥…
해 뜨면 일어나 마당을 쓸고,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작은 밭에 앉아 풀을 뽑는다.

어느 날엔 동네 꼬마들이 놀러 온다.
그럼 할머니는 감자전 부친다.
기름 냄새 돌고, 아이들 웃고,
그럼 하루가 참 괜찮다 싶단다.

주말이면 읍내 장에 나간다.
들깨 한 바구니, 고사리 조금.
사람들 구경도 하고,
한두 마디 건네다 보면
‘내가 살아 있구나’ 싶다.

이웃들도 그녀의 존재를 반긴다.
“할머니, 또 감자전 해주세요!”라고 손 흔드는 아이들,
“밭일 혼자 힘드실 텐데”라며 손길을 내미는 마을 사람들.
소소한 인연들이 모여 따뜻한 하루를 만든다.

단순하지만 충만한 삶

“서울에선 늘 누가 등을 떠미는 기분이었거든요.
여긴 그런 게 없어요.
그냥 나대로, 내 속도로 사는 거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재촉하지도 않는다.
해가 뜨면 문 열고,
해가 지면 불 끄고 눕는다.

어찌 보면 단순하고 어찌 보면 별것 없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평안이 숨 쉬는지
그건 겪어본 사람만 안다.

장필자 할머니는
그 느린 하루들 속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하나하나 되찾고 있었다.

함께 나누는 마음

장필자 할머니의 삶은 느리지만 단단하다.
도시의 시간표에서는 찾을 수 없는 평화와 여유가
시골 마을의 햇살 속에 녹아 있다.
그녀의 하루는 우리에게 말한다.
“때로는 시계보다 해를 보며 사는 게
더 진짜 사람다운 삶일 수 있다.”

독자 여러분도 오늘 하루만큼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 어떨까요?
작은 바람, 꽃잎 하나, 웃음소리 속에서도
삶이 얼마나 고요하고 충만할 수 있는지
할머니의 이야기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다음 편에서는
고양이 열 마리와 함께 귀촌한 한 남자의
조금은 별난 일상,
《고양이가 나를 귀촌하게 만들었어요》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