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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이야기

(사회 이슈 이야기) 퇴직 후, 그를 기다린 건 '고독'뿐이었다

퇴직 후, 삶은 느리게 무너진다

“퇴직 후, 그를 기다린 건 '고독'뿐이었다”

“출근하던 시간에 눈만 떠지더라고요. 그런데 갈 데가 없어요.”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62세 이형국 씨는 매일 아침 7시에 눈을 뜬다.
30년 넘게 다닌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지 8개월.
몸은 여전히 ‘출근 준비’를 하지만, 마음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요즘은 그냥 아무 데도 안 가요.

공원 벤치에 앉아 폰만 보고, 점심은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때우고…
진짜,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관계의 단절, 사회와의 단절


일이 사라지니, 사람도 사라졌다

일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출근길, 동료와의 점심, 회식의 피곤함조차 ‘내가 사회 속에 있다’는 증거였다.

“퇴직하니까… 아무도 저를 찾지 않더군요.
전화는 스팸뿐이고, 가족도 저녁엔 각자 방으로 들어가요.”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60대 퇴직 남성 중 절반 가까이가 우울 증상을 겪는다.
그중 상당수는 상담조차 받지 못한 채, 일상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고 있다.

고독은 느리게, 그러나 확실히 스며든다


고립은 조용히 찾아와 깊어진다

처음엔 잠깐의 휴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줄고, 대화는 끊긴다.
TV, 스마트폰, 간단한 식사…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간다.

심리상담사 박지은 씨는 말한다.
“‘나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인가?’
이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지 못하면 우울은 더 깊어져요.”

연결이 필요하다, 작은 참여가 시작이다

퇴직 후, ‘제2의 연결’이 필요하다

노후 준비는 단지 연금과 저축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서울 성동구의 ‘리스타트 프로그램’처럼
도서관·복지관·주민센터 등에서 소규모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퇴직자에게는 새로운 삶의 문이 될 수 있다.

“다시 누군가에게 인사하고,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 작은 일상이 큰 힘이 되더라고요.”
이형국 씨의 말이다.

사회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 강창모 기자의 시선

퇴직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퇴직자에게 ‘끊김’의 시간만을 허락하고 있다.

고립은 조용히 찾아오고,
그 고독은 점점 삶을 삼킨다.

퇴직자를 향한 질문은 이 하나로 충분하다.
“당신, 요즘 누구와 이야기하셨나요?”

사회가 다시 말을 걸어야 한다.
그 말 한마디가,
또 다른 인생의 출근길이 될 수 있으니까.


누구나 늙는다. 하지만 모두가 외로워야 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의 말벗이 되어주고, 함께 걸어줄 이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퇴직 후의 삶은 결코 허무하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손을 내미는 일'이다. 작은 인사 한마디, 따뜻한 대화 한 줄에서, 새로운 인생의 서막은 시작된다.

※ 이 글은 강창모 기자의 실제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일부 각색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등장 인물과 장소는 모두 가명입니다.
또한,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는 AI 생성 도구를 통해 연출된 장면으로 실제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