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 이야기 17편
“할머니의 손뜨개 가방, 시장에서 꽃이 됐어요”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글: 강창모 기자

전북 익산 남중동. 햇살이 갓 문을 연 골목 안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 한켠, 조용히 가판대를 여는 한 할머니의 움직임이 참 단정하다.
올해 일흔넷, 김순례 씨. 분홍빛 앞치마에 털실 한 뭉치. 그녀의 하루는 뜨개질로 시작된다.
“실을 만지면, 마음이 조용해져요. 손이 바쁘면 마음도 덜 외롭고요.”
가판대 위, 조심스레 놓인 손뜨개 가방들. 색도, 무늬도, 바느질 하나하나도 그녀의 손끝에서만 나오는 것이다.
바늘을 들면, 마음이 살아나는 순간
남편은 오래 전에 떠났고 자식들은 도시로 흩어졌다. 말벗 없는 집안은 적막했고, TV 소리만 유일한 벗이던 날들.
어느 날 복지관에서 ‘손뜨개 교실’ 안내지를 건네받았다.
낯선 바늘을 잡았을 때, 그 순간이 오히려 위로가 되어주었다.
“바늘 잡는 게 처음엔 낯설었는데, 묘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실 한 가닥이 내 마음을 감싸는 것 같았어요.”
처음 만든 건 조그만 파우치였고, 그다음은 장지갑, 그러다 어느덧 시장에 낼 가방이 하나둘 늘어났다.
시장 손님은 다 내 딸 같고, 손자 같아요
할머니의 손뜨개 가방을 사러 오는 건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다. 색감이 예쁘다며, 직접 찾아와 고른다.
“이 색은 어때요? 봄엔 하늘색이 잘 나가고, 여름엔 연노랑을 많이 찾더라고요.”
할머니는 단순히 가방만 파는 게 아니다. 가방 안에 작은 손글씨 카드도 함께 넣는다. ‘예쁘게 써주세요 – 순례 할머니가’라는 한 줄.
“그 카드 한 장에 내 하루 기분이 다 담기는 것 같아요.”
그 말 한마디에, 가방은 물건을 넘어 작은 선물이 된다.
실 한 가닥에, 나를 걸어요

장사가 안 되는 날엔 조금 서운하다. 하지만 실을 놓지 않는다.
뜨개질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그녀의 하루를 짜내는 일이었다.
“이건 그냥 뜨개질이 아니라, 내 하루를 짜는 일이에요.”
가방을 뜨는 시간 동안 김순례 씨는 외롭지 않다. 그녀의 작은 가판대는 어느새 따뜻한 정이 모이는 자리가 되었다.
✅ 강창모 기자의 메모
- 손끝에서 피어난 가방은 단순한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삶의 조각들이었다.
- 김순례 씨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단단했고, 가방 속에는그녀의 위로와 그리움이 들어 있었다.
- 세대를 건너 전해지는 실 한 가닥이우리 모두의 마음을 잇는 다정한 고리가 되길 바라며.
따뜻한 마무리
김순례 씨의 이야기는 작은 뜨개질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안에는 삶의 지혜와 따스한 위로가 담겨 있었습니다. 가방을 사 간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 그녀의 시간과 정성, 그리고 외로움을 이겨내려는 마음까지 함께 받아간 셈이죠.
어쩌면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이렇게 매일의 작은 손끝에서 피어나는 소박한 행복인지 모릅니다.
오늘도 그녀의 가판대 위 가방처럼, 우리의 하루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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