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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창업 이야기

시니어 창업 이야기 18편 - “할머니의 손뜨개 가방, 시장에서 꽃이 됐어요”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시니어 창업 이야기 18편

“할머니의 손뜨개 가방, 시장에서 꽃이 됐어요”

글: 강창모 기자

“이건 내 손끝에서 태어난 아이지요.
어느 것 하나 안 예쁜 게 없어요.”

경북 김천의 오래된 재래시장 골목.
이른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비치는 길목에
박화순 할머니(73)가 조용히 좌판을 펴고 앉았다.
둥근 안경 너머로 따뜻한 눈빛이 번지는 얼굴.
그 손에는 한 코 한 코 정성스레 짜 내려가는 갈색 털실이 들려 있었다.

살림만 하며 평생을 살아왔던 분.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난 후,
텅 빈 집안이 낯설고 낯설었다고 한다.

“가만히 있자니 더 아프더라고요.
뭔가라도 해보자, 그 생각이 들었어요.”

실과 바늘, 그 사이에서 다시 피어난 하루

우연히 들른 문화센터에서 시작된 손뜨개.
처음엔 엉성한 실뭉치가 되어버리기 일쑤였지만
코를 넘길수록 손도 마음도 풀어졌다.

“밤마다 라디오 틀어놓고 실을 감았어요.
가만히 코를 뜨다 보면… 어느새 속이 조용해지더라고요.”

그 시간이 쌓여 어느새,
하루를 견디는 습관이 되고,
삶을 잇는 실마리가 됐다.

주변 사람들도 변화를 느꼈다. 같은 동네 아주머니들은 할머니가 점점 얼굴빛을 되찾고 웃음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화순 씨가 다시 살아났네”라며 기뻐했다. 단순한 취미였던 손뜨개가 이웃과 소통하는 다리가 되어주기도 했다.

좌판 위 첫 손님, 그날의 떨림

“이걸 누가 사겠어… 하는 마음이 있었죠.
그런데 첫 손님이 와서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이런 건 진짜 정성이에요.’”

손에 쥐어진 지폐보다 그 말 한마디가 더 뜨겁게 가슴을 울렸다.

“그날은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손님 얼굴이 떠올랐죠.”

그날 이후 시장 골목은 단순한 생계의 자리가 아닌, 새로운 꿈을 틔우는 무대가 되었다. 지나가던 젊은 엄마가 아기 손을 잡고 “예쁘다”라고 말할 때마다, 어린 학생이 조심스럽게 만져보며 “저도 하나 갖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할머니의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졌다.

그때부터였다.
이 손뜨개 가방들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에 스며드는
‘내 마음의 선물’처럼 느껴진 건.

SNS 주문까지… ‘할머니의 손가방’이라는 이름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주문을 해요.
손주가 만들어준 SNS 계정 덕이죠.”

가방 사진을 찍어 올리면
댓글이 달리고 메시지가 온다.
색상을 고르고, 실 재질을 묻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말도 따라온다.

자연스레 이름도 생겼다.
‘할머니의 손가방’.
처음엔 그냥 박화순으로 하고 싶었지만
이 이름이 더 사람 냄새가 난다며 다들 좋아했다.

할머니는 손주와 함께 택배 상자를 포장하며 또 다른 기쁨을 맛본다. 상자 안에는 작은 손편지가 들어가기도 한다. “정성스러운 가방 감사합니다. 오래 간직할게요.” 이런 메모 하나가 할머니의 하루를 환하게 밝혀준다.

“이제는 브랜드래요, 내가.
나도 몰랐어요.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나이를 안고, 온기를 짜다

“늙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말…
그건 틀렸어요.
이 손, 아직 살아있고요.
이 마음, 아직 따뜻해요.”

할머니는 오늘도
햇살이 비치는 거실 창가에서 실을 감는다.
손끝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표정은 참 평화롭다.

그녀가 만든 가방은 누군가의 어깨에 걸려 세상 곳곳을 걷고, 그 안엔 바느질보다 더 진한 마음 한 조각이 담겨 있다.

그 가방을 멘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갖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과 노고, 그리고 인생의 한 조각을 함께 짊어지고 다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종종 “이 가방은 따뜻하다”라고 말한다. 그 따뜻함은 실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마음에서 배어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 “한 땀 한 땀, 제 하루예요.”
속도보단 정성,
결과보단 따뜻함을 믿으며 살아가는 박화순 할머니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숨을 건넵니다.

함께 나누는 마음

시장에서 시작된 작은 손뜨개 가방은 이제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자, 다른 이의 마음을 데워주는 따뜻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나이와 환경을 뛰어넘어, 여전히 도전할 수 있고 여전히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독자 여러분도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작은 따뜻함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