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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창업 이야기

(시니어 창업 이야기 14편) “이른 아침, 텃밭에서 딴 채소가 도시락이 되는 기쁨”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시니어 창업 이야기 14편

“이른 아침, 텃밭에서 딴 채소가 도시락이 되는 기쁨”

강원도 정선.
해가 산등성이 위로 슬며시 떠오를 무렵,
작은 마을의 텃밭에 70대 부부가 나란히 서 있다.

일흔셋 이재복 씨는 물기 가득한 상추를 따고,
이정옥 씨는 토마토 줄기 사이에 손을 넣어
방울토마토를 조심스럽게 바구니에 담는다.

손끝에 닿는 흙의 감촉이 오늘도 부부의 하루를 깨운다.

“이게요, 그냥 채소가 아니에요.
우리 둘이 흙 묻히고 햇살 맞으면서
같이 키운 시간들이에요.”

그 채소들이 잠시 뒤, 도시락 반찬이 된다.


“놀면 편할 줄 알았죠. 아니더라고요”

서울살이 30년.
재복 씨는 택배차를 몰았고,
정옥 씨는 세 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도맡았다.

손주들 돌보다 몸이 지치고 마음도 자꾸 가라앉아
고향 근처로 터를 옮겼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면요,
몸이 더 무거워져요.
흙이라도 좀 만지면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텃밭을 일군 건, 처음엔 ‘심심풀이’였다.
그러다 어느새 상추, 깻잎, 가지, 고추가 자라고,
그 채소들이 누군가의 밥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작은 씨앗 하나가, 두 사람의 삶을 다시 싹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밥처럼, 우리 도시락도 같이 만들어요”

새벽이면 정옥 씨가 먼저 일어난다.
나물을 무치고 계란을 부친다.
그 소리에 재복 씨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밥솥에서 김이 올라오면
재복 씨는 밥을 도시락통에 담고
정옥 씨는 반찬을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는다.

“우린 뭐 말 안 해도 다 알아요.
나는 밥 퍼고, 당신은 반찬 넣고.
그게 우리 방식이죠.”

도시락은 많지 않다. 그날그날 준비한 만큼.
정성이 닿는 만큼만 만든다.

이 도시락은 노동의 결과이자, 사랑의 모양이었다.


“파는 것도 좋지만, 나눌 수 있으면 더 좋죠”

도시락을 다 싸면
재복 씨는 자전거 뒤에 실어
동네 장터 평상에 올려둔다.

어느 날은 도시락이 두 개 남았다.
지나던 할머니가 멈춰 섰다.

“그거… 나도 살 수 있을까?”

정옥 씨는 웃으며 하나를 건넸다.

“돈보다 마음이에요.
우리가 흙 만지고 키운 걸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
그게 제일 고마운 일이죠.”

이 부부에게 도시락은 수익이 아닌, 마음의 순환이었다.


강창모 기자의 메모

  • 시니어 부부의 도시락은 단지 한 끼 식사가 아니다. 땅과 시간, 삶의 리듬이 담긴 따뜻한 한 상이다.
  • 이들은 퇴직 후, ‘노년의 시간’을 다시 누군가를 위한 식탁으로 바꾸는 법을 알고 있었다.
  • 흙을 만지고, 밥을 짓고, 나누는 삶. 작지만 고요하고, 단단하면서도 깊은 이 창업이야말로 시니어 인생 2막의 정수를 보여준다.

🍱 한 끼 도시락에 담긴 진심

누군가에겐 그저 흔한 도시락이지만, 이들 부부에겐 삶의 결과물이다.
흙 묻은 손으로 키운 채소, 말없이 맞춘 호흡, 소박한 나눔의 기쁨.
그 모든 것이 한 통의 도시락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창업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그 안에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해가 다시 산을 넘어가면, 부부는 또 내일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내일엔, 누군가를 위한 도시락이 한 번 더 싸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