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시니어 창업 이야기 13편 — “손으로 빚은 만두, 우리 부부 손맛이죠”

손끝으로 빚은 따뜻한 하루
경남 통영 중앙시장. 아침 9시, 시장 골목 안쪽 작은 반찬가게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만두 찜기 옆, 71세 유정배 씨는 만두를 꺼내며 솥뚜껑의 김을 손으로 쓸어낸다. 그 옆엔 아내 김말순 씨(69)가 고무장갑을 낀 채, 무침 반찬을 담으며 조용히 남편을 바라본다.
말은 없지만 눈길이 오가고, 손이 부딪힐 듯 말 듯 조심스레 엇갈린다.
“요즘은 눈빛만 봐도 알죠. 내가 피 빚고 있으면, 저 사람은 어느새 속 채우고 있어요.”
은퇴 후, 더 바빠진 삶
정배 씨는 통영 앞바다에서 40년 넘게 고기잡이 배를 탔다. 늘 새벽에 나가 어둠을 안고 돌아오던 날들.
말순 씨는 세 아이를 키우며 부지런히 밥 짓고, 빨래하고, 또 기다렸다. 이제 다 키워 놓고 조용해진 집에 나란히 앉아 있자니 뭔가 빠진 느낌이었다.
“쉴 수는 있었죠. 근데… 마음이 자꾸 쓸쓸했어요.” “하루가 길어지면, 같이 있는 시간이 오히려 무겁더라고요.”
딸의 한마디가 만든 변화
어느 날, 딸이 반쯤 남은 만두를 먹다 말하고는 말했다. “엄마, 이거 진짜 맛있어요. 그냥 팔면 안 돼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리고 어느새, 둘은 시장 구석진 한 칸짜리 반찬가게를 얻고 작은 솥단지를 다시 데우기 시작했다.
찐만두, 김치만두, 고기만두. 그날그날 다른 반찬들. 두부조림, 멸치볶음, 도라지무침… 말순 씨가 양념을 맞추면, 정배 씨는 포장을 한다.
“이 사람 손끝에서 나오는 맛이 그냥 맛이 아니거든요. 그걸 알릴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한번 해보자고 했어요.”

익숙한 손길이 모인 정성
가게 앞에 익숙한 그림자가 비칠 때면 정배 씨는 허리를 펴며 반긴다. 말순 씨는 아무 말 없이 작은 용기에 반찬 한 숟가락을 더 담는다.
“우리 거 좋아해주는 분들이 그냥 손님 같지가 않아요.” “그날 덜 팔려도 괜찮아요. 그분들이 웃으며 돌아가시는 게 더 좋죠.”
장사 마치고, 가게 앞 평상에 나란히 앉는 시간. 찜기를 닦는 손, 빈 통을 정리하는 손. 서로를 토닥이는 손길이 오간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만두 반죽, 당신이 잘했지.” “내 손보다, 당신 마음이 더 맛있어.”
✅ 강창모 기자의 메모
- 이들 부부에게 창업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익숙한 손길로 하루를 다시 짓는 일이었다.
- 시장 반찬가게는 기술보다 정성, 손맛보다 마음맛이 더 중요하다는 걸 조용히, 묵묵히 증명해냈다.
- 함께 살아낸 날들이 찜기 속 김처럼 부드럽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 그 부드러움이 오늘도 누군가의 식탁을, 마음을 데우고 있다.
이 부부의 하루는 단순한 장사 그 이상입니다. 매일같이 만두를 빚고 반찬을 담는 그 손길에는, 지난 수십 년을 함께 견뎌온 삶의 무게와 따뜻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정말 좋은 음식은 입이 아니라 마음으로 먹는다는 걸, 그들은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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