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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창업 이야기

(시니어 창업 이야기 11편) “버려진 집에 다시 온기, 우리 둘도 함께 살아나더라고요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시니어 창업 이야기 11편

“버려진 집에 다시 온기, 우리 둘도 함께 살아나더라고요”

작은 선택이 시작한 인생의 전환

경북 영양, 마을회관 뒤편에 오래된 기와집 하나가 사람을 맞이하고 있다.

이 집, 2년 전까지만 해도 문짝이 반쯤 떨어져 나가고 부엌에 쥐가 드나들며 지붕 틈으로 비가 스며들던 빈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당에 화분이 가지런하고 문간엔 ‘쉼마루’라는 작은 간판이 걸렸다.

그 집을 다시 숨 쉬게 만든 건 올해 일흔넷 김화섭 씨와 일흔둘 아내 이남순 씨 부부였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하죠. 근데 이상하게도, 이 집이 우릴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어요.”


마음이 빈 집을 발견했다

김화섭 씨는 평생을 목수로 살았다. 남의 집 고쳐주며 사는 동안 자기 마음속 집은 늘 허전했다.

이남순 씨는 세 아이 키우고 가족 밥상 차리는 게 전부였던 인생이었다.

막내가 결혼하고 집을 떠난 후, 두 사람 사이엔 쓸쓸함이 스며들었다. 그럴 때, 우연히 들른 고향 마을에서 잡초 무성한 빈집 한 채를 보게 됐다.

그 집 앞에서 둘은 오래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남편이 말했다. “당신, 여기 한번 살아볼래요?”

빈집은 다시 사람을 품는 법을 배운다

집을 산 것도 아니었다. 이장이 말했다. “쓸 사람 있으면 그냥 쓰시죠.” 그 말이 허락이 됐다.

짐을 싸 내려온 두 사람. 화섭 씨는 망치를 들고 지붕을 고치고, 나무 문짝을 갈았다. 남순 씨는 깨진 장독대 옆에 하나둘 화분을 놓고 집안 구석구석을 닦았다.

부엌은 쥐 대신 찻물 냄새가 나는 공간이 되었고 깨진 창엔 흰 천 커튼이 달렸다.

속도는 느렸지만, 어느 날 마당 돌을 정리하다 둘은 동시에 느꼈다.

“이제야 이 집이 숨 쉬는구나.”

'쉼마루', 그 이름처럼 쉼이 되는 곳

어느 날 마을 어르신 한 분이 마당 평상에 앉아 물었다. “여기… 앉아 쉬어도 되겠소?”

그날 이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아침엔 커피 마시러 오고, 저녁이면 마당에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였다.

남순 씨가 말했다. “우리 이 집을 그냥 쉬어가는 집으로 만들자고요.”

그렇게 이름 붙였다. ‘쉼마루’ — 쉬어가는 마루.

“우리 둘만을 위한 집이었는데, 이젠 다 같이 숨 쉬는 집이 됐어요.”

작지만 확실한 온기를 심는 창업

이 부부의 창업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버려진 것을 다시 품는 과정이었다. 시간과 정성, 손끝의 애정으로 이루어진 작은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 집을 찾아와 잠시 머물고, 차 한 잔에 이야기를 풀고, 집보다 더 따뜻한 기억을 품고 돌아간다.

지역 주민들이 말한다. “마을에 쉼터 하나가 생긴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이 부부가 쉼이었어.”

온기 있는 공간 하나가 어떻게 마을 전체에 퍼져나가는지를 보여준 이 창업, 그 시작은 단지 낡은 집 하나에서 비롯되었다.


✅ 강창모 기자의 메모

  • 이 부부의 창업은 돈이 아니라 시간과 애정의 투자였다.
  • ‘빈집 살리기’는 공간만이 아니라,
    사람 마음도 살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 ‘쉼마루’는 이윤보다 관계와 온기를 중심에 둔 창업 모델이다.
  • 버려진 집 한 채가 마을의 작은 심장이 되어 뛰기 시작한 이야기.
  •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시니어 부부가 함께 살아낸 시간의 힘이었다.

바람이 불면 마당의 화분이 살짝 흔들리고, 평상 위의 나무는 낮은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이 작은 쉼터에서 마주한 미소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온기였고, 그 공간을 만든 두 사람은 더 이상 늙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흐르지만, 마음은 머무는 그곳. 쉼마루에는 오늘도 조용한 기적이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