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다섯 시, 부엌에서 시작되는 하루
“같이 걷는다는 게 이렇게 소중한 일이었는 줄 몰랐어요.”
김남수 씨, 올해 예순여덟입니다. 그는 여섯 해째 아내를 돌보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이후, 아내는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의지한 삶을 살게 됐습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현실은 모든 걸 바꿔놓았습니다. 아내의 삶도, 그리고 김 씨의 삶도.
새벽 다섯 시. 김 씨의 하루는 부엌에서 시작됩니다.
미지근한 물로 아내 손을 씻기고, 조심스레 휠체어에 앉힙니다.
매일 먹는 미역국이지만, 그는 국물 맛을 하루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변화된 삶 속, 변하지 않은 사랑
김 씨는 건설 현장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거칠지만 성실하게 살아왔고,
아내는 늘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켜줬습니다.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서로 눈빛만 봐도 알던 사이.
그런 두 사람에게 그날은 벼락처럼 찾아왔습니다.
요리는 여전히 서툴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단단합니다.
“사람이 한 번쯤 무너질 수도 있죠. 근데 사랑이 무너지진 않더라고요.”
그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쑥스럽게 웃으면서도, 말끝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오래 지켜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요한 힘이었습니다.
함께 하는 외출, 소중한 일상
외출은 쉽지 않았습니다. 휠체어에 맞는 차, 경사로, 낮은 턱 하나까지 모든 것이 장애물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아내와의 나들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주말이면 공원에 나가 나무 그림자 밑에서 함께 쉬었고,
바람 부는 날이면 아내의 무릎 위에 담요를 살며시 덮어주었습니다.
“햇살 받으면서 걷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는 줄 몰랐어요. 예전엔 그냥 스쳐 지나갔는데요.”
그의 말은 담백했고, 그래서 더 깊었습니다.

돌봄은 곧 함께 살아가는 일
요양은 단지 돌보는 일이 아닙니다.
함께 견디고, 함께 살아가는 일입니다.
부부라는 이름 안에, 서로가 기댈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그 안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고와 인내,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물론 힘든 날도 있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마음도 꺾이는 날이 있죠.
그럴 땐 아내가 말없이 손을 내밉니다.
따뜻하고, 익숙한 그 손 하나에 김 씨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얻습니다.
내일을 향한 작은 바람
요즘 그는 작은 꿈을 꿉니다.
휠체어 전용 기차 칸을 타고 둘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
예전처럼 멀리는 아니어도 좋습니다.
바닷가나 조용한 숲길이면 충분하죠.
“불편한 인생이요? 아니요. 이게 우리 인생이에요. 함께 가는 길이면 그걸로 된 거죠.”
나는 그의 눈빛에서 말보다 진한 무언가를 봤습니다.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무게.
그리고 그 무게를 기꺼이 감당하는 마음.
요양이라는 단어 속엔 참 많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돌봄, 기다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
김 씨는 오늘도 그 사랑을 하루하루 쌓아가고 있습니다.
🌿 결말의 시선 | “같이 간다는 것의 의미”
어쩌면 요양이란 단어는 누군가에게 무겁고 피곤한 말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김남수 씨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동행의 미학이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새벽을 시작하고, 하루를 다 쓰는 것.
그건 희생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함께 걷는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길이니까요.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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