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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이야기

우리는 부모이기에, 끝까지 안고 갑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우리는 부모이기에, 끝까지 안고 갑니다

글: 강창모 기자

하루의 시작, 조용히 반복되는 일상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저녁 6시, 이종철(61) 씨와 김미정(59) 씨 부부의 하루가 조용히 또 다시 돌아간다.

남편은 거실에서 아들과 씨름하고, 아내는 욕실에 따뜻한 물을 받는다.

그들의 아들 성민이. 27살이지만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청년이다.
말은 짧게, 감정은 깊게. 좋아하는 것엔 집착하고, 싫은 건 격하게 거부한다.

한 사람의 일상이 된 두 사람의 삶

“절대 안 되는 게 있어요. 그걸 억지로 시키면, 자기 머리를 박아요. 그래서 맞춰줘야 해요. 무조건.”

종철 씨는 퇴직한 지 2년. 퇴직금 일부를 쪼개며 집을 유지하고 있다.
이젠 외출도, 친구도 멀어진 지 오래다.

“밖에 나가면 긴장부터 해요.
아들이 갑자기 소리라도 지르면…
그냥 우리가 먼저 피하는 게 익숙해졌죠.”

부부라는 팀워크, 그리고 돌봄이라는 마라톤

아내 미정 씨도 한때 요양보호사로 일했지만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론 손을 놓았다.

“돌봄이라는 게, 체력만으론 안 돼요. 감정도 같이 버텨야 하거든요. 요즘엔 우리 둘이 교대 근무처럼 살아요.”

마트 갈 때는 남편이 아이를 보고, 병원 갈 땐 아내가 맡는다.
명절이나 휴일은 없다. 단 하루라도 자리를 비우는 게 쉽지 않다.

가끔 이웃이 “수고 많으세요”라고 인사하면, 잠시라도 그 말에 힘이 난다. 하지만 이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아이가 눈을 떼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두려움, 남겨질 아이

저녁이 깊어지면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말없이 TV를 켜지만, 시선은 멍하다.
마음속 대화는 언제나 같은 질문으로 향한다.

“우리가 죽으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되지?”

그게 두 사람의 가장 큰 두려움이다.
노후보다, 병보다, 세상보다 먼저 떠날 자신이 걱정이다.

그래서 하루를 더 견딘다. 하루라도 더, 이 아이 곁에 있으려고.

장애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몫이었다.

부부는 오늘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무거운 현실 속, 서로의 존재가 가장 깊은 위로가 된다.

우리는 부모이기에, 끝까지 안고 간다.

그리고 오늘도, 조용히 하루를 시작한다

내일도 같은 아침이 올 것이다.
밥을 짓고, 약을 챙기고, 기분을 맞추고, 또 하루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그 하루가 모여 아들의 인생이 된다면, 그들은 그걸 마다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희생이라 부를지 몰라도, 이 부부에게는 사랑이고 책임이다.

살아 있는 동안, 그 사랑을 다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오늘도 한 가정은 조용히 견디고 있습니다.
누구의 주목도 없이, 누구의 칭찬도 없이,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 하나로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 마음에 조용한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