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폐지 줍는 어르신, 우리가 외면한 풍경
글: 강창모 기자
새벽,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의 하루

서울 동작구의 어느 새벽. 골목길에 길게 드리운 가로등 불빛 아래, 작은 수레를 밀고 걷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위에는 낡은 종이박스와 비닐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실려 있다. 수레를 밀고 있는 이는 김영호 씨, 올해 여든셋이다.
그의 발걸음은 조용하고 느리다. 하지만 그 걸음엔 단 한 번도 멈춤이라는 게 없었다.
“새벽이 좋더라고요. 사람들 눈도 덜 마주치고...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아서요.”
묵묵한 걸음 속의 하루살이
그는 하루 네 시간을 걷는다. 무릎은 자꾸 시큰거리고, 손바닥은 카트 손잡이에 눌려 굳은살이 잡혔지만, 그는 어느 날도 빠짐없이 골목을 돌고 또 돈다.
“남들에겐 버려진 건데, 나한텐 하루를 살아가는 징검다리예요. 웃기죠, 참...”
그가 웃으며 내뱉는 말엔 어딘가 묵직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 그 웃음이 더 가슴을 아리게 한다.
가난보다 무서운 건 외면

아침은 찬밥에 물 한 대접. 김치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점심은 운 좋으면 무료급식소에서, 못 먹는 날은 그냥 넘긴다. 허기보다 생각이 더 무겁다.
“몸이야 참으면 되는데, 마음은... 어디 둘 데가 없잖아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빛은 애써 외면하거나, 바삐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의 존재는 도시의 풍경 속에 스며든 한 장면처럼 자주 보이지만 드물게 읽힌다.
“한때는 부끄러웠어요. 지금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아요. 누가 챙겨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루 끝, 고요한 방 한 켠에서
그가 버는 돈은 한 달에 고작 10만 원. 전기세 내고 나면 병원 갈 차비도 빠듯하다. 아내는 5년 전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과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그에게 하루의 끝이자 가장 따뜻한 시간은 해가 저물고 방 안으로 들어서는 그 순간이다. 문을 닫고, 불을 켜고, 홀로 앉아 국 한 그릇을 마주하는 그 시간. 오늘도 잘 버텼다는 안도. 그 하나로 내일을 견딘다.
우린 그를 수없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의 삶을 진심으로 들여다본 적 있었을까. 폐지는 버려졌지만, 그는… 여전히 살아가는 중이다.
모두가 바쁜 도시의 새벽,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하루를 묵묵히 견디고 있습니다. 그 분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잃어버린 ‘존엄’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릅니다. 당신도 오늘 그 길을 지나간다면, 그저 눈을 피하지 않고 한 번쯤 마주해 주세요. 그 시작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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