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80대 아버지의 택배 일자리, 쉬지 못하는 은퇴 후 삶
글: 강창모 기자

📌 하루를 여는 몸의 기억
서울 금천구의 조용한 골목.
늦은 햇살이 벽을 타고 내려올 즈음,
전동 카트를 밀며 걷는 한 노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용철 씨, 올해로 여든둘입니다.
그는 오늘도 새벽 5시에 눈을 떴습니다.
자명종이 울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쉬면 좋죠.
근데… 쉴 형편이 안 돼요.”
📌 퇴직 후에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
15년 전 퇴직 후,
그는 지금까지 하루 6시간씩 소형 택배를 나릅니다.
손에 남은 퇴직금은 이미 오래전에
딸의 결혼식 날, 그리고 아내가 쓰러졌던 그 해에 사라졌습니다.
기초연금으로는 전기세와 약값도 빠듯하다
고 말합니다.
“마트에 가서 사과 한 봉지만 봐도,
이걸 사도 되나 망설여져요.
그럴 바엔 그냥 내가 움직이는 게 낫죠.”
📌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마음도 살린다
전동 카트에 박스를 싣고
오늘도 아파트 단지 여섯 곳을 돕습니다.
어깨에 힘을 주고 박스를 옮길 땐
예전 공장에서 일하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단지 경비 아저씨들이 종종 말을 건넵니다.
“어르신, 또 일 나오셨어요?”
“이젠 좀 쉬셔야죠.”
그는 늘 웃으며 대답합니다.
“몸이 움직일 때까지는 괜찮아요.
가만히 있으면 더 아프더라고요.”
아침은 식빵 한 조각,
점심은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하나.
가끔 쉬는 날이면 오히려 몸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 고요한 집, 고단한 삶
“집에 있으면 생각이 많아져요.
움직이면… 그나마 덜 힘들어요.
나이도, 걱정도… 조금은 잊히거든요.”
그의 아내는 3년 전부터 요양병원에 있습니다.
이젠 하루 중 말을 꺼낼 일이 없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TV를 보다
혼자 전등을 끄고 잠에 듭니다.
가끔, 아내의 냄새가 밴 옷을 꺼내
가만히 접어 넣을 때면
문득 울컥할 때도 있다고 말합니다.
📌 오늘도 그는, 계속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택배를 싣고 일터로 나섭니다.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지금도 그렇고,
아직은 ‘쓰임’이 남아 있는 사람으로서 살아갑니다.
80대의 노동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야만 했을 뿐.
그리고 그 하루는 지금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는 오늘도 느릿하지만 꿋꿋한 발걸음으로 골목을 걷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일 수 있지만, 그에겐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하루입니다.
이 도시가 아직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 아마도 정용철 씨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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