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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이야기

사회 이슈 이야기 15편 《편의점 야간 알바, 60대의 생계는 오늘도 무사해야 합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사회 이슈 이야기 15편

《편의점 야간 알바, 60대의 생계는 오늘도 무사해야 합니다》

글: 강창모 기자


🌙 새벽의 편의점을 지키는 사람

서울 강동구, 한적한 주택가 골목.
새벽을 기다리는 편의점 안, 형광등 불빛 아래 조용히 하루를 붙잡고 있는 사내가 있다.

김만수 씨, 예순여섯.
밤 10시부터 이곳을 지킨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밤이요? 고요해서 좋아요. 일도 힘들지만, 쓸데없는 생각은 덜 나거든요.”

그는 말보다 눈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손님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귤 하나를 조용히 깐다.


🛠 다시 시작한 일, 그리고 견디는 삶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몸도 마음도 버거웠다.
늦은 나이에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퇴직하고 나니까, 손에 남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날부터였죠. 다시 일을 구한 게.”

낮엔 용역이나 단기 알바를 띄엄띄엄 다니고,
밤엔 편의점 카운터 뒤에 선다.
하루 잠은 많아야 4시간.

김만수 씨는 그렇게, 오늘도 버티며 살아낸다.


🚶 사람들이 지나가는 시간, 그는 그곳에 있다

가끔 들르는 학생들,
배달을 끝낸 기사들,
아무 말 없이 라면 하나 집어 가는 손님들.

모두가 떠난 새벽이면, 귤껍질 무늬가 가득한 종이봉투를 옆에 두고 그는 조용히 라디오를 튼다.

“내가 좋아하던 노래, 어쩌다 한 번 들려오면요. 그날은 그냥… 괜찮은 날 같아요.”

젊은 시절 그는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무릎은 이미 망가졌고,
기초연금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아내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고,
자식들은 멀어진 지 오래다.

“다들 말하잖아요. 나이 들면 편해진다고. 근데 난 아니었어요. 난 그냥… 견디고 있어요.”

그는 오늘을 버텨낸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다독인다.


☕ 무사함으로 마무리되는 새벽

일을 마친 새벽 6시.
그는 편의점 문을 나와 근처 벤치에 앉는다.

김이 오르는 컵라면을 손에 들고 조용히 숨을 고른다.

그 순간만큼은 누가 곁에 있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무사했다”는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그는 말하지 않지만,
삶은 언제나 그를 흔들고, 그는 그 속에서 오늘도 묵묵히 하루를 견뎌낸다.


📻 기자의 메모 — 낮보다 더 묵직한 밤

어떤 생은 낮보다 밤에 더 묵직하게 흘러간다.

김만수 씨의 생이 그랬다. 그리고 오늘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쉽게 지나치는 편의점의 불빛 아래서 누군가는 그렇게 인생의 끝자락을 버텨내고 있다.

묻지도, 드러나지도 않는 그들의 생이 조금 더 무사하길 바란다.
오늘 밤도, 누군가는 깨어서 세상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