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이야기 17편
《택시 운전 30년, 앱으로 손님 잡는 지금》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글: 강창모 기자
발행일: 2025. 7. 13.
30년 도로 위의 세월,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다

서울 송파구, 해가 기울 무렵. 흰색 택시 한 대가 도로 가장자리에 조용히 멈춰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박용식 씨(67)는 스마트폰 화면을 천천히 넘기고 있었다. 눈가는 피곤해 보였지만 손놀림만큼은 익숙했다.
“요즘은 손님도 다 이 안에 있지요.”
그는 30년 넘게 택시를 몰았다. 예전엔 손 흔드는 사람을 찾아 골목을 누볐지만, 지금은 ‘띠링’ 소리 하나에 반응한다.
풍경은 바뀌었지만, 도로 위에서 사람을 싣고 내리는 일은 여전히 그의 하루를 움직이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 앱이 된 택시 승차장
그가 앱 호출을 시작한 건 코로나 이후였다. 거리가 텅 비고 택시 줄도 사라진 밤들. 그때부터 그는 손님이 아닌, 화면 속 알림을 기다려야 했다.
“예전엔 새벽이면 대기줄이 있었어요. 지금은 차 안에서 앱만 보고 있어요. 그게 지금의 택시 일이에요.”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엔 긴 세월을 견뎌온 사람만의 단단함이 있었다.
택시 기사라는 직업은 변했지만, 박용식 씨의 삶은 여전히 길 위에 있었다.
12시간의 노동, 멈출 수 없는 이유
박 씨는 하루 12시간 이상 운전한다. 허리는 늘 뻐근하고 다리는 종일 쥐가 난다. 하지만 일을 멈출 수는 없다. 기초연금도, 옛날 퇴직금도 생활비와 약값에 금방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내는 집에서 오랜 병상에 누워 있다.
그가 멈추면, 모든 게 멈춘다.
“요즘 손님들은 기사랑 말도 잘 안 해요. 내가 그냥 기계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는 오늘도 앱을 켠다. 화면에 뜨는 ‘호출’ 하나가 그를 다시 길 위로 불러낸다.
노을 속에서 이어지는 하루

해 질 녘, 차를 도로변에 세운 채 그는 캔 커피 하나를 꺼내 입을 댄다. 창밖엔 붉은 노을이 번지고, 창문에는 도시의 불빛이 반사되어 흔들린다.
“집에 들어가 누울 수 있는 자리,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차, 그 두 가지만 있어도… 나는 괜찮아요.”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시동을 건다. 그 순간에도 그의 하루는 길 위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따뜻한 마무리
박용식 씨의 이야기는 단순한 택시 기사 개인의 기록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며 일의 방식이 달라져도, 삶을 이어가기 위해 묵묵히 길 위를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앱의 호출음에 반응하는 손길 속에도, 가족을 지키려는 책임감과 여전히 사람을 태우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노을이 물드는 창밖 풍경처럼, 그의 하루도 고단하지만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오늘도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기사들의 삶이 조금은 더 따뜻하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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