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핀 커피향, 60대 부부의 따뜻한 창업기
[강창모 기자의 사람 이야기]
글 | 강창모 기자
골목 끝 작은 시작, '카페 숨'
서울 강북, 오래된 골목 끝에 작고 예쁜 카페가 하나 생겼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조그만 간판엔 이렇게 쓰여 있죠. ‘카페 숨’.

66세 김윤식, 64세 조미화 부부의 도전
이곳을 연 사람은 66세 김윤식 씨와 64세 조미화 씨 부부입니다. 퇴직 후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 두 사람은 문득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우리, 남은 시간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써보는 건 어때요?”
그렇게 시작된 준비. 조 씨는 생전 처음으로 바리스타 수업을 들었고, 김 씨는 중고 로스팅기를 사들여 원두 볶는 연습을 했습니다.
아무 연고도 없던 골목 끝 자그마한 가게. 하지만 두 사람은 매일 조금씩 가게를 꾸미고 정성을 쏟았습니다.
문을 연 첫날, 손님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 씨 부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엔 직접 구운 쿠키를 이웃에게 나눠주고, 동네 게시판에 손글씨 전단을 붙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첫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동네의 쉼표가 된 커피향
지금은 어르신, 학생, 아기엄마까지 다양한 이웃들이 이 카페를 찾습니다.
카페 구석에는 손때 묻은 책들이 꽂혀 있고, 한쪽 라디오에선 조용한 음악이 흐르며, 커피 향은 은은하게 공간을 채웁니다.

수익보다 따뜻한 인연을 남기는 곳
조 씨의 말처럼, 이곳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고 쉼을 얻는 작은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수익은 크지 않습니다.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하지만 김 씨 부부는 입을 모아 말합니다.
“이제는 하루가 너무 바빠요. 웃는 손님들 얼굴만 봐도 보람이 있어요.”
이 부부는 다음 달부터 매달 한 번 ‘동네 어르신 무료 커피 데이’를 열 계획입니다. 그리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이들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그들의 카페는 작지만, 마음이 쉴 수 있는 따뜻한 공간입니다.
기자의 시선 | 의미를 파는 공간, 시니어 창업의 다른 이름
‘카페 숨’은 단순한 커피숍이 아닙니다.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곳입니다.
많은 이들이 은퇴 후 무기력함에 빠지지만,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도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시니어 창업은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다만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가는 그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골목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쉼표가 되는 공간.
‘카페 숨’은 그렇게, 작지만 단단하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 따뜻한 커피 한 잔처럼요.
글 | 강창모 기자
전직 기자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시니어 창업과 귀촌, 요양, 그리고 우리 사회의 따뜻한 면을 발굴하는 콘텐츠를 연재 중입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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