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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창업 이야기

(시니어 창업 이야기) 빵 냄새로 마을을 깨우는 여자, 67세 이화순 씨의 인생 화덕

빵 냄새로 마을을 깨우는 여자, 67세 이화순 씨의 인생 화덕

[강창모 기자의 사람 이야기]

글 | 강창모 기자

 

화덕에서 피어오르는 인생의 온기

새벽 6시, 마을 담장 너머로 고소한 냄새가 스며든다.
단팥빵, 호두 스콘, 직접 반죽한 버터 식빵이 화덕 안에서 익어가는 그 시간.
이른 아침 동네를 조용히 깨우는 건 자명종이 아니라,

67세 이화순 씨의 두 손이다.

평생의 주방, 그리고 다시 시작된 주방

이화순 씨는 평생을 남의 식당 주방에서 보냈다.
앞치마를 두르고, 조용히, 묵묵히.
늘 누군가의 끼니를 책임져 왔지만 정작 자신은 밥보다 일에 익숙했던 사람.
퇴직하고 나서야 주방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주방을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집 마당 한켠에 작은 화덕을 들여놓고, 중고 오븐 하나를 장만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무료로 바리스타 교육을 들으며,
손글씨로 ‘이화순 베이커리’ 간판을 써 붙였다.

그녀의 창업 자본은 많지 않았지만, 담은 마음만큼은 넉넉했다.

고요하게 피어난 단골의 미소

처음엔 하루 10개도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단골 어르신 한 분이 “이거 우리 어릴 적 빵 맛이야”라고 말한 뒤
그 따뜻한 한마디가 동네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단팥빵을 사러 오는 게 아니라, 이화순 씨를 만나러 오기 시작했다.

“빵을 굽는 시간이 가장 좋아요.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걸 보면…
내 마음도 같이 부풀어요.”

한 장의 쪽지, 그리고 오븐 앞 눈물

한 달쯤 전, 아침마다 오던 단골 손님이 작은 쪽지 하나를 남겼다.

‘이 냄새 덕분에 다시 살아갈 용기가 생겼어요.’

이화순 씨는 그날 아침, 아무 말 없이 오븐 앞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오븐에서 올라오던 김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다.


기자의 시선 | 조용하지만 확실한 시작

이화순 씨의 베이커리는 눈에 띄지 않는 골목에 있다.
간판도 작고, 메뉴도 많지 않다.
하지만 그곳엔

‘사람을 위한 온기’가 있다.

시니어 창업은 통장 잔고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다시 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이화순 씨는 말 대신, 빵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시 뜨거워진 인생의 화덕 앞에서

누군가에겐 은퇴가 끝이지만, 누군가에겐 시작입니다.
이화순 씨처럼, 인생의 한켠에 남은 불씨 하나를 지켜낸 사람은
그 불씨를 다시 화덕처럼 피워내기도 합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구워지는 따뜻한 빵 냄새처럼,
누군가의 하루가 다시 시작되길 바랍니다.

글 | 강창모 기자
전직 기자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시니어 창업과 귀촌, 요양, 그리고 우리 사회의 따뜻한 면을 발굴하는 콘텐츠를 연재 중입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