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한 칸에서 다시 시작된 인생, 66세 최영만 씨의 느린 출근길
글 | 강창모 기자

📘 “책방이 아니라 삶을 다시 연 거죠”
책을 팔아 생계를 잇겠다고 나선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자신을 조금씩 되찾아가던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책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나이, 예순여섯. 최영만 씨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여주의 한 조용한 골목 끝, 작고 오래된 간판 하나가 달려 있습니다.
‘서쪽 창가 책방’. 햇살이 한낮에만 잠깐 머무는 서쪽 창틀에 기대어 사람들이 책을 읽습니다.
최 씨는 오래도록 건설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굵은 팔뚝, 낡은 장갑, 거친 손. 책과는 별 인연 없이 살아온 삶이었습니다.
퇴직 후 처음 몇 달은 참 편했습니다. 늦잠도 자고, 친구도 만나고, 마당에서 라디오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아내가 어느 날 조용히 말했습니다.
“당신… 눈빛이 달라졌어. 예전 같지 않아.”
그 말이 귓가에 오래 남았습니다.
그 즈음, 무심코 들어간 동네 도서관. 에세이 한 권을 펼쳐 읽고는 이상하게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습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주도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쓰고 싶어졌고, 쓰다 보니 책을 모으게 되었고, 모으다 보니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 느린 창업, 느린 출근길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나도 책방 같은 거… 한번 해볼까?”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창업 교육에 등록했습니다. 노트북도 없이 펜으로 받아 적고, 생전 처음으로 ‘사업자 등록’이란 걸 해봤습니다.
주변에선 “이 나이에 뭐 하러”라는 말도 들었지만, 오히려 그 나이가 용기를 주었습니다.
매일 아침, 느릿하게 준비하고 천천히 골목을 걷습니다. 누구를 위한 출근도, 돈을 위한 출근도 아닙니다. 책과 사람, 그리고 나를 위한 출근길입니다.

📚 “책을 팔고 있는 게 아니라, 하루를 나누고 있어요”
책방은 큰 수익을 주지 않습니다. 하루에 몇 명이 지나가고, 몇 권이 팔릴까 말까.
하지만 그는 말합니다. “책을 팔고 있는 게 아니라, 하루를 나누고 있어요.”
커피 한 잔, 책 한 권, 대화 한 마디가 이 골목의 풍경을 바꿔놓았습니다.
누군가는 이 책방을 두고 ‘작지만 완벽한 쉼터’라고 부릅니다. 최 씨는 조용히 웃습니다. “나도 그렇게 느껴요.”
지금도 그는 여전히 오전 10시, 문을 열고, 조용한 음악을 틀고, 햇살 가득한 서쪽 창가에 앉습니다.
이제 그는 말합니다. “정말 살고 있다고 느끼는 건, 지금 이 순간이에요.”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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