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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창업 이야기

도시락 한 상자에 담긴 위로, 62세 김상도 씨의 두 번째 출근길

도시락 한 상자에 담긴 위로, 62세 김상도 씨의 두 번째 출근길

글 | 강창모 기자

이른 아침, 고양시의 어느 아파트 단지.
검은색 경차 한 대가 조용히 골목을 빠져나갑니다.
차 안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도시락 열두 개가 실려 있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이는 올해 62세, 김상도 씨.
그는 매일 아침,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들고 어르신들을 찾아 나섭니다.

정년 이후의 길, 공허함을 채우는 계기

김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가 참 길다”고 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대기업에서 30년을 일하고 정년퇴직한 뒤, 갑자기 닥쳐온 무력감.
“내가 할 일이 뭐가 있나” 싶은 나날이 반복됐습니다.

주변에선 여행을 가라, 취미를 가져보라 했지만
김 씨 마음속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의 한 마디가 그를 움직였습니다.

“어머니가 요즘 식사를 잘 안 하셔.
김 부장, 요리 좀 하잖아. 도시락 한 번 해보는 건 어때?”

무심코 흘려들을 수도 있었지만,
김 씨는 그 말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위로 한 끼가 이어준 두 번째 인생

다음 날 아침,
그는 된장국에 두부부침, 애호박볶음, 멸치볶음, 밥까지
정갈하게 담은 도시락 하나를 만들어
지인의 어머니 집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밥, 정말 오랜만이야.”
어르신의 그 말이 김 씨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날 이후, 김 씨는 주 1회, 주 2회…
도시락을 만들어 몇몇 어르신들에게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감사 인사를 받는 것만으로 충분했지만
어느 날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잘하시는데, 이걸 왜 그냥 하세요?
정식으로 시작해 보세요.”

시작된 도전, 도시락 창업의 여정

김 씨는 고민 끝에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중장년 창업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식품 위생, 조리 시설 기준, 간이사업자 등록,
어르신 대상 식사 배달 서비스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배워 나갔습니다.

‘김상도의 한상차림’ – 작지만 따뜻한 브랜드

소박한 이름이지만, 마음만은 크고 따뜻합니다.

하루 평균 10~15개 도시락,
주 고객은 인근 독거 어르신들입니다.

메뉴는 매일 조금씩 바뀝니다.
김치 대신 무생채, 된장국 대신 미역국.
하지만 변하지 않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짠맛, 단맛은 줄이고, 정성은 늘린다.”

도시락을 하나하나 포장할 땐
고객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이 분은 단 걸 싫어하셨지.”
“지난번엔 이 국을 좋아하셨지.”

김 씨는 그렇게 매일, 다시 출근합니다.

세상의 중심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하루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예전엔 내가 하는 말에 사람들이 반응해줬는데,
퇴직하니 그냥 투명인간이 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 도시락은,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줘요.”

그는 이제 도시락을 넘어서
‘시니어를 위한 맞춤 식단 서비스’를 꿈꾸고 있습니다.

기자의 시선 | 한 끼의 밥이 다시 삶을 이어준다

김상도 씨의 도시락엔 밥과 반찬만 담긴 게 아닙니다.

그 안엔 ‘다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픈
한 사람의 간절함과 회복이 담겨 있습니다.

퇴직 후 무기력함에 빠진 많은 시니어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거창한 사업 아이템이 아닙니다.

“당신이 있어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다시 삶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시작은 작아도, 마음이 담긴 일은
늘 사람에게 닿습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창작 기사이며, 인물 및 브랜드명은 가명입니다.
※ 사용된 이미지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통해 연출된 장면이며, 실제 인물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