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속 사람 이야기

“소래포구의 새벽을 여는 여자” [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

“소래포구의 새벽을 여는 여자” [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

새벽 4시, 조용히 칼을 드는 여자

인천 소래포구.
새벽 4시의 공기는 바닷물 냄새로 축축하다.
시장은 아직 불이 덜 켜졌고,
그 사이 어둠과 형광등 사이에서
한 여인이 묵묵히 칼을 들고 있다.

30년 칼끝에 담긴 삶의 무게

심금자 씨, 예순셋.
손에 들린 광어는 커다랗고 묵직했지만
그 손놀림은 익숙하고 담담했다.

“사람도 생선도,
허투루 다루면 금세 알아채요.”

금자 씨는 스무 살 때 통영에서 뱃일을 시작했다.
고기를 낚고, 얼리고, 손질하고…
그의 인생은 바다 냄새로 물들어 있었다.

결혼 후 남편 없이 두 아이를 키우며
시장에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20년.
그 사이 시장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금자 씨의 자리는 그대로다.

“칼을 대는 건 기술이지만,
그걸 꾸준히 하는 건 마음이에요.”

그녀가 손질한 생선은 냄새가 적고
살이 탱탱하다고 소문났다.
하지만 생선을 내놓기 전,
언제나 칼날을 다시 한 번 갈아놓는다.

단골들과 나누는 정직한 새벽 인사

“하루를 새로 시작하는 손님들이니까,
정직한 걸 드려야죠.”

가게 앞엔 이른 손님들이 모여든다.
동네 분식집 사장님, 시장 노점 상인,
그리고 오래전부터 단골인 동네 어르신까지.

“금자 아지매, 오늘 갈치 괜찮아요?”
“언니, 어제 고등어 덕분에 장사 잘했어요!”

이런 말이 오갈 때마다,
그녀의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쉬는 법을 잊은 사람의 대답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쉬고 싶진 않으세요?”

그녀는 고무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글쎄요.
이 손이 멈추면,
이 바람도 나를 잊어버릴까봐요.”

바닷바람과 리듬을 맞춰 사는 사람

소래포구의 새벽은 그렇게 시작된다.
생선 비늘을 털어내는 소리,
바닷바람,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

심금자 씨는 오늘도
그 새벽의 중심에 서 있다.

어쩌면 그녀가 만든 이 새벽의 풍경은
누군가에겐 일상이겠지만,
오늘 처음 만난 나에겐
오래도록 기억될 풍경이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그 순간,
세상은 조용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