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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사람 이야기

“지하철 꽃 노인의 하루” [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

“지하철 꽃 노인의 하루”

[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

아침을 지키는 한 사람의 존재

서울 녹사평역 1번 출구.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이른 아침,
누군가 그 틈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꽃 좋아하세요?” 그 한마디의 위로

연한 회색 바구니엔 작은 꽃다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두 손을 무릎에 모은 한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올해 72세, 최용수 씨.
이곳에서 꽃을 판 지 6년이 넘었다.

“꽃 좋아하세요?”
그는 내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마치 누군가 말을 걸어주기만을 기다렸던 듯,
그의 얼굴엔 작은 미소가 번졌다.

“안 사셔도 괜찮아요. 그냥 봐주셔도 기분 좋아지잖아요, 꽃은.”

혼자라는 시간과 꽃이 만들어주는 연결

매일 아침 8시,
최 씨는 꽃시장에서 직접 고른 꽃을 바구니에 담아
접이식 의자 하나 달랑 들고 역 앞으로 나온다.

누가 시킨 것도, 억지로 하는 일도 아니다.
그저 사람 얼굴을 보고 싶어서,
그리고 말 한마디라도 나누고 싶어서다.

“혼자 살아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하고 지나가는 날도 있었죠.
그래서 여길 나와요.
이렇게 있으면 사람들이 꼭 한 명쯤은 말을 걸어줘요.”

꽃을 사는 사람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다.

어떤 사람은 출근길에 눈인사만 하고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퇴근길에 국화 한 송이를 사며 안부를 묻는다.

그의 바람, “꽃이 계속 있었으면”

“꽃이란 게요,
살려고 사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생각해서 사는 거잖아요.”

그의 말에 나는 잠시 멈춰섰다.
도시의 아침,
늘 바쁘고 딱딱한 이곳에서
그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으로 사람을 만지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언제까지 여기 나오실 거예요?”
그는 꽃잎 하나를 손끝으로 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글쎄요. 내가 없어도, 이 자리에 꽃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그걸 보며 하루를 조금 덜 힘들게 시작했으면 해요.”

지하철 출입문이 닫히고,
세상은 다시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앉아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한 하루의 힘, 꽃 한 송이의 따뜻함

우리 모두는 때때로
말 한마디, 눈빛 하나, 작은 꽃 한 송이에 위로받곤 합니다.
누군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더 부드러워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