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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사람 이야기

(세상 속 사람 이야기)“불광천 우쿨렐레 아저씨의 노래”

“불광천 우쿨렐레 아저씨의 노래”
[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


작은 악기가 전해주는 아침의 온기

아침 햇살이 막 내려앉은 불광천 산책로.
개를 끄는 사람들, 조깅하는 청년들,
그 틈을 조용히 감싸 안는 듯한 작은 선율이 들려왔다.

손바닥만 한 우쿨렐레.
바위에 걸터앉은 남자의 손끝에서
은은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말 대신 소리를 연주하는 사람

장성국 씨, 올해 예순여덟.
그는 이 길목에서
거창한 이유 없이, 매일같이 우쿨렐레를 튕긴다.

“이게요, 부담도 없고 크기도 작아서
그냥 혼잣말처럼 치기에 딱 좋아요.”

그는 몇 해 전, 은퇴 후 우연히 악기점 앞을 지나며
우쿨렐레를 하나 샀다.
악보도 모르고, 선생도 없이
그냥 손으로 익혀가기 시작했다.

노래 대신 기억을 나누다

“아침에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 지나다니는 거 보면서
손이 움직이죠.
소리도 그냥 따라 나와요. 꼭 말처럼.”

그는 연주를 한다기보다,
말 대신 소리를 튕기고 있었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멈춰 섰다.
“오늘은 ‘바위섬’이네. 어젠 ‘동백아가씨’였는데.”
그는 수줍은 듯 웃었다.

“어르신들이 기억해주면
그날은 좀 더 기분이 좋죠.”


고요한 위로가 되는 음악

공연도 아니고, 누가 박수 쳐주는 것도 아니다.
그는 그냥 거기 앉아 있다.
우쿨렐레를 무릎에 얹고,
계절을 따라 연주하고,
사람들 얼굴을 따라 노래한다.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실 텐데… 외롭진 않으세요?”

그는 우쿨렐레를 내려놓고,
조금 먼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예전엔 그랬죠.
근데 요즘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하루가 덜 허전해요.”

불광천 물소리에 그의 멜로디가 스며든다.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도시의 아침이 조금 덜 차가웠다.

도시의 틈에서 피어나는 따뜻함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 속에서,
누군가의 조용한 연주는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장성국 씨의 하루처럼,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말을 걸고 있었던 건 아닐까.

가끔은 누구에게 들려주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소리를 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