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동 골목 끝의 조용한 책방
책 속에서 나이 드는 법을 배우는 서점 할머니
[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
성북동 골목 끝, 잊힌 듯 조용한 거리에 낡은 간판을 단 작은 책방 하나가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그곳 문을 열면 먼저 오래된 책 냄새가 반긴다.
그리고 한쪽 구석, 두꺼운 털실 조끼를 입고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한 여인이 보인다.
김정희 씨, 일흔네 살. 남편과 함께 시작했던 이 서점을 이제는 혼자 지키고 있다.
“책은요, 시간이 쌓여야 손에 잘 감겨요. 사람도 그렇고요.”
하루를 책과 시작하는 삶
그녀는 하루를 책 정리로 시작한다. 기울어진 책을 바로 세우고, 먼지를 닦아내며 책등을 손바닥으로 한 번씩 눌러준다. 마치 책에게 '오늘도 잘 지내자' 인사하듯.
요즘처럼 사람들이 화면 속에서만 읽고, 듣고, 배우는 세상에서도 김 씨는 묵묵히 책방의 불을 밝힌다.
“요즘엔 손님이 하루에 한두 명 올까 말까예요. 근데 이상하게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 가슴이 덜 허전해져요.”

의자 하나, 기억 하나
서점 안쪽 햇살 드는 자리에 낡은 나무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그 자리는 늘 누군가의 자리다. 시집을 읽는 노인, 수학 문제집을 들고 온 중학생, 때로는 그저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여긴 책을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잠깐 마음을 놓고 가는 곳이기도 해요. 기억을 덜어놓고, 생각을 잠시 두고 가기도 하고요.”
책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시간
나는 물었다. “이 서점,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김 씨는 책장을 덮으며 웃었다.
“이젠 이 책들이 나보다 오래된 친구예요. 내가 없으면 얘네들, 어디로 갈지… 그게 마음에 남아서요.”
오후 햇살이 천천히 서점 안을 감싸 안는다. 종이의 바스락거림과 사람의 온기가 함께 숨 쉬는 공간.
그날, 나는 책보다 사람에게 더 마음이 끌렸다.
햇살 드는 골목 끝의 서점에서 조용히 책을 덮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꼭 크고 화려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지키는 조용한 삶도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된다는 걸요.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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