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과 돌봄 이야기) “엄마는 그 손을 기억했어요”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글: 강창모 전직 기자

“선생님, 저 지수예요. 김정희 어르신 따님요.”
조용한 복도 끝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정화 씨는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지수 씨는 윤 씨가 한동안 돌보았던 김정희 어르신의 딸이었다.

어르신은 몇 달 전 세상을 떠났지만, 오늘 딸은 사진 한 장을 들고 윤 씨를 찾아왔다.

사진에는 윤 씨가 어르신의 손을 닦아주며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수 씨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엄마가 마지막까지 선생님 손만 기억했어요. 이 손, 따뜻하다고… 그게 엄마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어요.”

그 말을 들은 윤 씨는 오래된 기억 속으로 잠시 다녀왔다.
아침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아주던 시간들, 짧지만 깊게 남아 있던 미소와 손의 온기.

“솔직히 처음엔 요양보호사를 집에 들이는 게 불편했어요.
낯선 사람이 엄마를 돌본다는 게… 쉽지 않았죠.”

“그런데 선생님이 엄마랑 함께 웃고, 함께 밥 먹고,
엄마 손을 정성껏 닦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녹았어요.”
지수 씨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윤 씨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우리는 종종, 기억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낀다.

하지만 감정은, 손끝에 남는다.
미소 속에, 따뜻한 물 한 바가지 속에, 다정한 손길 안에.

요양은 단지 몸을 돌보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의 ‘존재’를 끝까지 인정하고, 함께 있어주는 일이다.

지금도 수많은 가정에서 요양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돌봄이란 고되고 때로는 외롭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사랑이 될 수도 있다.

지수 씨의 마지막 한마디가 오래 남는다.

“엄마는 이름은 몰랐지만, 따뜻했던 그 손은 기억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한 사람의 온기는 오래 기억된다. 윤정화 씨가 닦아준 그 손길은 단지 물수건 하나의 일이 아니었다. 그건 함께한 시간, 함께한 감정, 그리고 놓지 않으려는 인간다움의 표현이었다. 누군가의 마지막 기억 속에 따뜻한 손으로 남는다는 것, 그보다 더한 위로는 없을 것이다.

강창모 기자의 사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