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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과 돌봄 이야기

(요양과 돌봄 이야기) 그날, 아내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그날, 아내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글: 강창모 전직 기자


🌧 비가 내리던 병실, 그 손의 온기

 

“당신… 손 좀 잡아줘요.”

그날도 어김없이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병실 안 고요함과 이상하게 잘 어울렸죠.

최규현 씨는 조용히 아내의 손을 감쌌습니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지 여섯 달째.
예전처럼 말도 많지 않고, 눈빛도 많이 흐려졌지만
아내는 꼭 그 말만은 잊지 않았습니다.

“이 손이 따뜻해서 좋아요.”

그 말은 언제 들어도 마치… 작별 인사 같았습니다.


👫 함께한 시간은 고된 삶도 견디게 했다

두 사람은 45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젊은 날 함께 공장을 꾸려 일하고,
아이들 키우며 사계절을 버텨냈습니다.

“아내는 늘 나보다 강했어요.”

최 씨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병을 먼저 알았던 것도, 말없이 숨겼던 것도
다 그녀였습니다.

“나는 당신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하지만 병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고,
그녀는 결국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침대 옆을 지킨 남편의 사랑

최 씨는 집과 병원을 오가는 대신
병원에 침대를 하나 더 놓고, 그 옆에 눕기로 했습니다.

밤엔 등을 쓸어주고,
낮엔 약을 챙기고, 간호 기록을 받아 적었습니다.
아내가 자는 시간엔,
빗방울 맺힌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죠.

“요양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더군요.
그냥 곁에 있는 거… 그게 다였어요.”


🌸 마지막 인사는 조용히 손으로 남겼다

그날 아내가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당신 손이… 내 마지막 기억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 이후, 그는 아내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말이 없을 때도, 눈을 감고 있을 때도.
늘 그의 손은 아내 손 위에 놓여 있었죠.

그녀는 마지막까지 그 손을 찾아 붙잡았습니다.
그는 그 순간 알았습니다.

기억은 흐릿해져도, 온기는 남는다는 걸.


며칠 뒤, 아내는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자식들보다도 먼저, 남편의 이름을 불렀고
마지막까지 그의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울지 않았어요.
손만큼은 끝까지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가끔… 지금도 손끝에 아내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은 그런 겁니다.
떠났어도… 곁에 남는 마음.


긴 세월을 함께한 손, 그 손은 단순히 신체의 일부가 아니었습니다. 살아가는 내내 서로를 지탱했던 마음의 다리였고, 이제는 그 따뜻한 기억으로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사랑했던 그 손, 그 온기를 기억하며 오늘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