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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과 돌봄 이야기

요양과 돌봄 이야기 13편 《그날, 엄마는 말없이 내 손을 놓았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요양과 돌봄 이야기 13편
《그날, 엄마는 말없이 내 손을 놓았다》

글: 강창모 전직 기자

 

“엄마가 제 손을 놓았어요. 말 한마디 없이, 아주 조용히요.”

김현정 씨(55)는 올봄, 요양병원 병실 한편에서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배웅했습니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같이 이어진 돌봄의 일상. 그 끝은 말이 아니라, 딸의 손 위에 남겨진 미약한 온기로 남았습니다.

파킨슨병과 점점 사라져 가는 엄마의 표정

어머니는 파킨슨병을 앓으셨습니다. 손 떨림에서 시작된 병은 하루하루 몸을 굳게 했고, 결국 말수도, 표정도 사라져 갔습니다.

“기억을 잃는 건 차라리 괜찮았어요. 근데… 표정이 사라지니까, 이젠 엄마가 뭘 느끼는지조차 알 수 없었거든요.” 현정 씨는 잠시 시선을 창밖으로 두었습니다.

마지막 손잡이, 그리고 작별

어느 날, 어머니가 조용히 손을 내밀어 현정 씨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 작은 손이 오래도록 머물렀고, 말이 없어도 그날은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손이 아무 예고 없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딸의 손을 놓았습니다.

“그게 엄마였죠.”

“‘수고했다’는 말도 없었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어요. 그냥… 놓으셨어요. 그게 엄마였죠.”

현정 씨는 웃으려 했지만 입가가 떨렸습니다. 텅 빈 병실보다 더 허전한 건 그날 이후 사라진 손끝의 온기였습니다.

 

사라짐이 아닌 ‘남음’으로

요양과 돌봄이란 건 결국 작별을 준비하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작별이 사라짐이 아니라 마음 어딘가에 새겨지는 ‘남음’이라면, 그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는 것이겠지요.

“엄마는 떠나셨는데… 자꾸만 엄마가 저를 안고 있는 것 같아요. 희한하죠?”

돌봄 이후에도 남는 따뜻한 여운

지금도 현정 씨는 어머니가 쓰시던 스웨터를 가끔 꺼내 손에 쥐어봅니다. 그 보풀 일어난 촉감 속에 어머니의 하루가, 숨결이, 손길이 조용히 되살아납니다.

돌봄이 끝난 자리, 그곳엔 아직도 따뜻한 그 여운이 조용히, 조심스럽게 머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어쩌면 누군가의 손을 꼭 잡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손이 전해주는 온기, 잊지 마세요. 언젠가 그 온기가 당신에게도 큰 힘이 되어 돌아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