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일상 속 사람 이야기 11편
《목욕탕 데려다주는 날》
글: 강창모 전직 기자

아버지와 함께 걷는 시간
“아버지랑 목욕 다녀왔습니다.”
최재훈 씨(61)는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86세 아버지 손을 잡고 불광동 대중목욕탕을 찾습니다.
서로 말없이 걷는 그 길이,
이젠 그의 일상이자 마음 깊숙한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처음엔 좀 쑥스러웠죠.
나이 드신 아버지 등을 밀어드리는 일이
이렇게 울컥할 줄은 몰랐어요.”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삶의 흔적
아버지는 무릎이 안 좋아 오래 서 있기도 버겁습니다.
그런데도 목욕탕만큼은 꼭 가자고 하십니다.
“사람들 속에 있어야
나도 아직 괜찮은 것 같거든.”
그 말을 들었을 때,
재훈 씨는 오래도록 그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따뜻한 물속에서 오가는 말들
재훈 씨에게 그 시간은
한 주의 시작이자, 따뜻한 숨 같은 순간입니다.
새벽 공기 속 걸음을 나누고,
탈의실에서 서로의 몸을 챙기고,
따끈한 물 속에서 건네는 짧은 말들.
“조심하세요, 아버지.”
“네가 있어서 든든하다.”
그 말 한 마디에
몸과 마음이 다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
함께한 식사, 함께한 기억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단골 분식집에서 국밥 한 그릇을 마주 앉아 먹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이건 네 엄마가 좋아했지...”
하시며 흐릿한 기억 속을 더듬습니다.
기억은 조금씩 흐려지지만,
이 아침의 온기만큼은
두 사람 모두에게 또렷하게 남는 듯합니다.
돌봄이란, 함께 있는 시간
“돌봄이라는 게 뭔지 생각해 봤어요.
무언가를 해주는 게 아니라
그저 곁에서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거더라고요.”
최재훈 씨의 말이 오래 남습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하루지만
누군가에겐, 그 손길 하나하나가
평생 잊히지 않는 따뜻한 기억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는 오늘도,
아버지의 등을 조심스럽게 밀어드리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짓습니다.
그 손끝에 남는 온기,
그게 곧 삶의 온도라는 걸 알기에.
이토록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따뜻한 기억이 됩니다. 세월의 흔적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서로를 바라봐 주는 그 마음 하나로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그런 온기가 머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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