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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사람 이야기

양복을 다리는 남자, 수선을 넘어 삶을 고치는 손길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양복을 다리는 남자, 수선을 넘어 삶을 고치는 손길

서울 마포구 도화동.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 조용한 골목 끝 작은 수선집 문틈 사이로 따뜻한 김이 피어오른다.

묵묵한 시작, 다리미에서 피어나는 하루

낡은 다리미, 오래된 재봉틀, 그리고 한 남자—조만식 씨, 70대 수선사.

그는 오늘도 익숙한 손길로 양복 바지를 다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양복은 사람 얼굴이에요. 주름 하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거든요.”

다리미를 살짝 들어 천 위에 천천히 눌러놓는 손길엔 30년 넘게 옷과 함께 살아온 노련함이 깃들어 있다.

세월을 고치는 기술, 수선사의 품격

강창모 기자로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토록 고요한 집중과 따뜻한 손맛이 느껴지는 공간은 도화동 골목 이 작은 수선집이 처음이다.

“젊을 땐 옷 잘 입는 게 멋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옷을 오래 입는 게 더 멋지더라고요.”

조 씨는 단순히 옷을 고치는 게 아니라 그 옷에 담긴 세월을 다듬고 되살리는 일을 한다. 바느질을 하며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잊히지 않는 단골 손님들의 이름이 실려 있다.

자리를 지키는 것의 의미

대형 브랜드가 골목을 잠식해도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연다. 누가 오든 안 오든, 다리미부터 달군다.

“내가 이 자리 지키는 게 내 일이죠. 그래야 내 단골들도 안심하고 찾아오잖아요.”

그 말엔 세월을 묵묵히 견딘 사람만이 지닌 단단한 고집과 잔잔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수선집의 존재가 주는 위안

수선집 앞, 사람들은 바삐 출근길을 걷고 그 안에선 조 씨가 천천히 하루를 다려내고 있다.

도화동 이 골목이 아직 사람 냄새를 잃지 않는 이유, 그건 아마 조만식 씨처럼 자리를 지키는 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장소가 많지 않다는 걸 안다. 변화의 중심에서 고요함을 유지하는 가게. 그것만으로도 이 골목은 특별해진다.

_강창모 기자_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삶의 온도는, 누군가 매일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다려낸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만식 씨의 수선집처럼, 세상 한켠에 남겨진 따뜻한 공간이 오늘 하루 우리 마음에 한 줌의 온기를 더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