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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사람 이야기

일상 속 사람 이야기 14편 《밥 냄새 나는 집이 좋다》

※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

일상 속 사람 이야기 14편

《밥 냄새 나는 집이 좋다》

글: 강창모 전직 기자


👵 된장국 냄새가 살아 있는 집

충남 홍성, 오래된 골목 끝집.
박은자 씨(74)의 집 앞을 지나면
누구나 고개를 돌리게 된다.

된장국 끓는 냄새, 갓 볶은 김치 냄새,
그리고 따뜻한 밥 냄새.

그 냄새는 그저 요리의 냄새가 아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지금 막 지어졌다는 증거다.


🍚 “혼자 살아도, 밥은 꼭 해 먹어야 해요”

은자 씨는 앞치마를 매만지며 말한다.
“혼자 살아도 밥은 꼭 해 먹어야 해요.”

밥상은 그녀에게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자신을 다잡는 일종의 의식이다.

“밥상을 차리면, 하루가 흐트러지지 않아요. 그게 습관이 돼버렸어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그날의 밥상을 차리는 건
스스로를 챙기겠다는 다짐이다.


🏠 다시 돌아온 집, 다시 살아난 삶

남편을 떠나보낸 후, 잠시 서울 자식 집에 머물렀지만 은자 씨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낯설더라고요. 불 켜도 따뜻하지 않은 느낌. 내가 사는 게 아니라, 그냥 묻혀 지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돌아온 고향집.
그 낡은 부엌, 오래된 찬장, 그리고 불이 잘 붙지 않는 아궁이까지도
하나하나 다시 익숙해졌다.

“밥 냄새가 나니까, 집이 살아나는 것 같았어요.”

불이 켜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켜지는 시간이었다.


🥣 마당 평상에 모인 사람들

요즘은 마당 평상이 북적이는 날이 많다.
“된장국 향이 좋아서 들렀어요.”
“밥 퍼주는 냄새 같아요.”

이웃 할머니들이 둘러앉아 국물 한 숟갈, 반찬 한 젓가락 함께 나눠 먹는다.

“혼자 살아도, 누가 오면 뭐라도 내놔야죠. 그게 사람 사는 집이죠.”

은자 씨는 늘 두세 사람 몫은 넉넉히 해둔다.
밥 냄새 나는 집이 좋다고 말하면서도 그 밥을 나누는 마음은 더 크다.


🌾 “내가 날 챙기는 시간이잖아요”

“밥 냄새 나는 집이 좋다.”
그녀가 조용히 내뱉은 말은
기자의 마음에도 오래 남았다.

그 말 속엔 그녀의 하루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누군가는 ‘혼자서 뭐 그렇게까지 하냐’ 묻지만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날 챙기는 시간이잖아요. 그거면 충분해요.”

그녀에게 밥 냄새는
누군가를 위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한 것이다.


☀️ 냄새로 기억되는 따뜻한 집

오늘도 은자 씨의 부엌에선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그 냄새는 이 동네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까지도
조금 데워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밥 냄새 나는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골목은 아직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