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 든 손에서 따뜻함이 흘렀다
국자 든 손에서 따뜻함이 흘렀다 – 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서울 망원시장.비닐 천막 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이른 아침, 시장 한쪽에 자리한 국밥집에서 하얀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가 문을 연다.가게 이름은 ‘성심식당’.간판조차 바랬지만, 정작 그 안은 누구보다 따뜻했다.김말순 씨, 올해 74세.이곳에서만 42년째다.남편과 함께 시작했던 작은 가게는 이제 그녀 혼자, 매일 새벽 불을 켜고 국을 끓이는 곳이 되었다.“하루라도 손에 국자가 없으면… 이상해요. 허전하고.”그녀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엔 삶의 고단함이 자연스레 배어 있었다.선짓국, 콩나물국밥, 내장탕. 단출한 메뉴판은 수십 년 전 그대로다.손님도, 국물도, 가격도 바뀌지 않았다. “이 맛을 기억하고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안 바꾸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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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내의 손을 놓지 않는 남편의 3년
🔹 낯선 시작, 기억을 잃어가는 하루“오늘은 또 몇 살로 돌아갔을까…”이른 아침, 이모 씨(71)는 잠든 아내의 방 앞에 멈춰 섭니다.문고리를 잡는 손끝이 망설입니다.그의 아내는 3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습니다.처음엔 밥을 두 번 짓거나,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는 정도였지만,어느 날 그녀는 남편을 향해 물었습니다.“당신 누구세요?”그 순간, 그는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느꼈습니다.🔹 지켜내겠다는 다짐 하나로이 씨는 평생 교직에 몸담다가 정년을 마친 후,조용한 시골로 내려와 아내와 둘만의 노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텃밭을 가꾸고, 주말엔 산책을 하고…그렇게 천천히 늙어갈 줄 알았습니다.하지만 인생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무너지는 법이었습니다.잠든 아내 곁에서 혼자 울던 밤들이 지나고,그는 결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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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과 돌봄 이야기, 당신 손이 곧 나의 길이 됩니다
새벽 다섯 시, 부엌에서 시작되는 하루“같이 걷는다는 게 이렇게 소중한 일이었는 줄 몰랐어요.”김남수 씨, 올해 예순여덟입니다. 그는 여섯 해째 아내를 돌보고 있습니다.교통사고 이후, 아내는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의지한 삶을 살게 됐습니다.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현실은 모든 걸 바꿔놓았습니다. 아내의 삶도, 그리고 김 씨의 삶도.새벽 다섯 시. 김 씨의 하루는 부엌에서 시작됩니다.미지근한 물로 아내 손을 씻기고, 조심스레 휠체어에 앉힙니다.매일 먹는 미역국이지만, 그는 국물 맛을 하루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변화된 삶 속, 변하지 않은 사랑김 씨는 건설 현장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거칠지만 성실하게 살아왔고,아내는 늘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켜줬습니다.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서로 눈빛만 봐도 알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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