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세상 속 사람 이야기)“불광천 우쿨렐레 아저씨의 노래” “불광천 우쿨렐레 아저씨의 노래”[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작은 악기가 전해주는 아침의 온기아침 햇살이 막 내려앉은 불광천 산책로.개를 끄는 사람들, 조깅하는 청년들,그 틈을 조용히 감싸 안는 듯한 작은 선율이 들려왔다.손바닥만 한 우쿨렐레.바위에 걸터앉은 남자의 손끝에서은은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말 대신 소리를 연주하는 사람장성국 씨, 올해 예순여덟.그는 이 길목에서거창한 이유 없이, 매일같이 우쿨렐레를 튕긴다.“이게요, 부담도 없고 크기도 작아서그냥 혼잣말처럼 치기에 딱 좋아요.”그는 몇 해 전, 은퇴 후 우연히 악기점 앞을 지나며우쿨렐레를 하나 샀다.악보도 모르고, 선생도 없이그냥 손으로 익혀가기 시작했다.노래 대신 기억을 나누다“아침에 이렇게 나와서사람들 지나다니는 거 보면서손이.. 더보기
(귀촌이야기) “이젠 아침 바람으로 계절을 알아챕니다” “이젠 아침 바람으로 계절을 알아챕니다[강창모 기자의 귀촌 이야기]💠 계절의 숨결을 알아채는 법요즘 이창수 씨는 시계를 잘 보지 않는다.창문을 스치는 바람결만으로도,아침이구나, 해가 많이 길어졌구나,계절의 숨결이 느껴진다.하동에 내려온 지 벌써 계절 하나가 훌쩍 지났다.봄에 심은 상추는 두 번이나 밥상을 채웠고,처음엔 멀게만 느껴졌던 마을회관 자리도이젠 누가 빠지면 걱정부터 앞선다. 💠 마을 사람 되어가는 길한참을 지켜보던 어르신이 이창수 씨에게 말했다.“자네, 이 마을 사람 다 됐지 뭐.”순간 마음 한켠이 스르르 풀렸다.아내는 곁에서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우리, 여기서 잘 살고 있는 거 맞지?”서울에 살던 시절,일이 없으면 불안했고,쉬는 날이면 어딘가 허전했다.하지만 이곳에선,풀을 뽑다 말고 하늘.. 더보기
(요양과 돌봄 이야기)오늘도 엄마 밥을 짓습니다 오늘도 엄마 밥을 짓습니다글: 강창모 전직 기자혼자이지만 둘처럼 살아온 세월“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뭐냐고요? 된장국 끓이는 거예요.엄마가 그걸 좋아하시거든요.”조윤정 씨(43)는 지금, 노모와 단둘이 살고 있다.올해로 여든하나 된 어머니는 3년 전 뇌경색 진단을 받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처음엔 잠깐일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무거워졌고, 기억도 흐려졌다.요즘은 하루에 몇 번씩 “오늘이 며칠이더라” 하고 묻는다.기억 속의 엄마와 지금의 엄마“엄마는 늘 저보다 기억력이 좋았어요. 학교 숙제도 도와주시고, 시장에서 일하다 오셔서도 제 얘기 다 들어주시고.그런 분이 지금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데… 처음엔 마음이 참 무너졌어요.”윤정 씨는 외동딸이다. 어린 시.. 더보기
(시니어 창업 이야기)된장 한 숟갈에서 시작된 기적, 68세 박말순 씨의 느린 창업기 된장 한 숟갈에서 시작된 기적, 68세 박말순 씨의 느린 창업기[강창모 기자의 사람 이야기]※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인물 및 브랜드명은 모두 가명입니다.※ 콘텐츠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하여 연출된 장면이며 실제 인물과는 무관합니다.글 | 강창모 기자된장 냄새 나는 하루의 시작“말순이 된장 좀 있우?”이웃이 찾아와 항아리를 가리킬 때마다 박말순 씨는 조용히 웃습니다.강원도 횡성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농사짓고 살아온 그녀. 올해 68세.아침마다 장독대 뚜껑을 열고, 구수한 냄새를 맡는 것이 하루의 시작입니다.딸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반전박 씨는 원래 사업 같은 건 몰랐습니다. 그저 손맛 좋은 농촌 아낙이었습니다.하지만 어느 날, 도시에서 내려온 딸이 그러.. 더보기
(사회 이슈 이야기)“지하철 한 대 못 타는 나의 아침” – 계단 앞에 멈춘 사람들 📰 “지하철 한 대 못 타는 나의 아침” – 계단 앞에 멈춘 사람들※ 본 콘텐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기사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본 콘텐츠에는 AI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 인물이나 장소와 무관합니다.“길이 없어요. 정말로요, 길이 없어요.”서울 마포구, 아침 8시.휠체어를 탄 32세 김성진 씨는 버스를 세 번 갈아타며 회사로 향한다.지하철역은 훨씬 빠르지만, 그는 그 길을 택하지 못한다.“엘리베이터가 없거든요.그 역엔 계단뿐이에요.그 계단이 제겐 벽이에요.”사람들은 말한다.“장애인도 똑같이 살 수 있어야 한다.”하지만 성진 씨는 되묻는다. “그 ‘똑같이 사는 길’이, 도대체 어디 있냐고요.”눈에 보이지 않던 계단이, 누군가에겐 하루를 .. 더보기
“밤을 지키는 사람 – 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 “밤을 지키는 사람 – 강창모 기자의 일상 속 사람 이야기”늦은 밤,서울 동작구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불 꺼진 복도 끝,작은 경비실에선 희미한 형광등 불빛이 여전히 켜져 있었다.조용히 지켜주는 존재그 불빛 아래,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올해 예순여섯, 이종태 씨다.“사람들이 다 자는 시간에 나는 깨어 있어요. 누군가는 그래야 하잖아요.”그는 밤 6시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6시에 퇴근한다.시간은 천천히 흐르지만, 해야 할 일은 끊이지 않는다.엘리베이터 점검, 택배 정리, 주차 민원, 아이들 분실물 처리까지.보이지 않는 배려이 씨는 웃으며 말했다.“사람이 사는 곳엔 늘 일이 있어요. 보이진 않아도 꼭 필요한 일들이요.”경비실 앞 탁자 위엔 라면과 음료수가 놓여 있다.한 달에 한 번, 그가 사비로 채.. 더보기
(귀촌 이야기)“괜히 왔나… 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습니다” “괜히 왔나… 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습니다”[강창모 기자의 귀촌 이야기]귀촌의 첫 벽 앞에서그날은 하루 종일 우울했다.밥도 조용히 먹었고, 텃밭도 말없이 다녀왔다.저녁 무렵, 아내가 조심스레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이창수 씨는 대답 대신 조용히 앉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어렵게 말을 꺼냈다.“여기 와서… 잘 모르겠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목이 잠겨 말을 멈췄고, 아내도 더 묻지 않았다.적응이라는 이름의 어색함처음 이곳에 왔을 땐 모든 게 신선했다.마을 사람들 인사에 어색하게 고개 숙이며 웃었고,텃밭 흙을 뒤적이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게 너무 조용하게 느껴졌다.누구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다음엔 좀 더 일찍 와요” 하고 웃었고,누구는 내가 한.. 더보기
요양과 돌봄 이야기, 내가 그 사람의 다리가 되어줄게요 요양과 돌봄 이야기, 내가 그 사람의 다리가 되어줄게요글: 강창모 전직 기자💧 침묵의 시간, 그 속에서 피어난 감정“이젠 내가 그 사람의 다리가 되어주는 거예요.”말끝을 살짝 떨며 웃은 사람은 박경자 씨, 올해 예순여섯입니다.그녀는 2년 전, 갑작스러운 중풍으로 쓰러진 남편을 지금까지 곁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남편은 한쪽 팔다리를 거의 쓰지 못하고, 말도 부정확해졌습니다. 이제는 두 사람 사이의 대화도 눈빛과 손끝으로 이루어지는 날이 더 많습니다.“처음엔 그 사람이 저를 자꾸 피하려고 했어요. 미안하다고, 혼자 있게 해달라고… 근데 저는 그게 더 마음이 아팠어요.”🛠 과거의 손길, 그리고 상실의 무게남편은 평생 손으로 일해온 사람이었습니다. 동네 철물점을 30년 넘게 지켰고, 작은 손재주 하나로 주변.. 더보기